호남서 '이준석 돌풍' 효과…"非영남·朴탄핵, 높은 지지율 기대"

기사등록 2021/05/30 19:03:11

광주 찾은 野당권 후보들…"호남 없으면 나라 없다"

광주·전라, 국민의힘 지지율 21.9%…"이준석 효과"

경선서 '호남 반영 비율' 미미…"중도 확장 걸림돌"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 후보들이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5.30. wisdom21@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김승민 기자 =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광주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들은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강조하며 현대사에서 5·18이 폄훼된 부분에 사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를 열고 호남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제게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단 한 번도 광주사태였던 적이 없고, 폭동이었던 적이 없다"며 "오롯이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 속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처절했던 시민들의 저항으로 각인되어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보수 정권이 호남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며 "정말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호남 당원의 확보에 더 노력하겠다"고 기자들에 말하기도 했다.

주호영 의원은 연설에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어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5월 원내대표로 선출되자마자 첫 행보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힘차게 불렀다"며 자신이 추진한 서진정책의 성과를 설명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천강정 전 경기도당 치과의사네트워킹 위원장은 "제가 감히 5·18을 언급할 수 없고, 자격은 없지만 과거 막말로 심려를 끼쳐드린 정치 선배들을 대신해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호남서 '국민의힘' 지지율 20% 넘어…"사실상 이준석 효과"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2021.05.30. wisdom21@newsis.com

최근 국민의힘은 호남 지역에서 전례 없는 지지를 받는 중이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7~21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힘은 광주·전라 지역에서 2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전국 만18세 이상 2010명을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2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실상 '이준석 효과'라고 분석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민의 힘이 이 전 최고위원을 통해 호남의 마음을 잡을 물꼬를 텄다고 본다"며 "지금의 높은 지지율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그는 "앞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5·18 민주묘지에서 사과를 한 것, 호남과의 동행 프로그램 등도 영향은 있겠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며 "진짜 동기가 된 건 이 전 최고위원의 '변화' 이미지에 호남이 매력을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호남에서 이준석 돌풍은 다른 지역보다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평론가는 "호남이야말로 이 전 최고위원을 가장 긍정적으로 본다"며 "대구·경북(TK)는 오히려 친박 성향이 강해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낮게 나올 거다. 그러나 호남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호남이 보여준 국민의힘을 향한 지지는 "이준석이라는 인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 호남도 마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본경선서 '호남 반영 비율' 축소…'이준석 바람' 멈출까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건 '경선룰'이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호남 민심이 배제됐다며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호남은 반(反)이명박·반(反)박근혜다. 탄핵에 앞장 선 이 전 최고위원은 호남 민심에 그나마 가까운 사람이다. 또 TK 출신도 아니고 지역구가 서울이다"라며 "호남의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이 전 최고위원에 가장 거부감이 적다"고 말했다.

이런 호남 지역의 샘플을 늘릴 수록 이 전 최고위원에는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에서 호남의 여론조사 할당 비율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유경준 의원은 국민의힘 선관위가 지역별 여론조사 할당 비율을 0.8%로 설정했다가 의원들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2%로 높였다고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설명했다. 지난 예비경선에서 2개 여론조사 업체가 각각 1000명씩 2000명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 점을 고려하면 호남 지역에서는 단 40명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뜻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호남의 인구 비중, 유권자 비중이 10% 정도"라며 "호남 지역의 반영 비율을 유권자 비중에 맞추는 건 중장기적으로 국민의힘의 '중도 확장' 측면에서 더 힘이 된다는 점은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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