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최고 75%까지…매물 거둬들일 듯
규제 완화·서울 재개발 논의에 관망세
상승 기대감에 버티기…세금은 세입자에
2·4공급대책 발표 이후 주춤했던 집값 상승률이 다시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상황에서, 매물까지 줄어들면 당초 정책 목표와는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29일 정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최고 75%까지 높아진다. 그 전까지 집을 팔라는 게 정부의 의도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매매 건수는 갈수록 줄었고, 증여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8764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5945건, 2월 5435건, 3월 4495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아직 상승 여지가 남았다는 판단 하에 매도보다는 자식에게 넘겨주는 편을 택하는 이들은 늘었다. 3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019건으로 2월 933건에 비해 116%나 증가했다.
절세 이슈가 있는 매물은 이미 소진됐고, 매도를 생각했던 이들도 내놓은 주택을 거둬들이면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상반기 다주택자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은 아니었다"며 "이미 세금 회피 매물은 거래가 마무리됐고, 이렇게 무거운 양도세를 부담하면서 집을 팔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가 집주인에게 부과한 높은 세금을 세입자가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심리도 여전히 작용하고 있어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보유세를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며 버틸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규제 완화 논의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매물 잠김에 한 몫 한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6대 방안에는 '재개발 대못'으로 불렸던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오 시장은 "주택가격 급등의 핵심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택공급"이라며 "재개발부터 정상화해 2025년까지 24만호의 주택공급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장기적 주택수급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지만 개발 붐으로 단기간엔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여지가 있는 만큼 집주인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경감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특위는 지난 27일 공시가격 6억~9억원에 해당하는 주택의 재산세율을 감면하고, 무주택 세대주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기준도 기존 10%포인트에서 최대 20%포인트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당내 팽팽한 의견대립이 지속되고 있지만 상위 2% 주택만 종부세를 내는 안을 고민 중이다. 양도세 경감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산세 부담이 줄어들고 무주택자 중심으로 대출규제 수위가 낮아지는 중소형 주택에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규제 완화 논의가 나온 만큼 이에 대한 기대감에 매도보다는 보유를 택하면서 매물 잠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