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실내생활 늘어
층간소음 민원 1년 새 60% 증가
자주 노출되면 암 발병 위험도↑
코로나19로 최근 1년 새 층간소음 민원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 중재기구인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전화 상담 건수는 총 4만2250건으로 전년 대비 약 60% 늘었다. 층간소음은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는 1분간 측정한 평균 소음이 40데시빌(dB) 이상,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35dB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코로나19로 층간소음에 더 예민해지고 피로감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층간소음, 스트레스 유발...협심증·심근경색 위험↑
소음은 단순히 시끄러운 것에 그치지 않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소음은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개인의 신체적·사회적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층간소음은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임주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카테콜아민 계열 호르몬이 상승하게 돼 심혈관 질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소음이 커지면 교감신경이 활성화해 심장박동과 혈관수축이 촉진되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심박동 변동(HRV)이 저하돼 협심증,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HRV는 심장이 주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으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조절되는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된다.
독일의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환경보건연구소가 성인 110명에게 휴대용 심전계를 장치하고 일생생활 중 노출되는 소음과 심장박동을 비교한 결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웃는 소리 정도의 크기인 65dB 이하의 소음에도 심장 박동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소음이 5dB 올라갈 때마다 HRV가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오랜시간 소음에 노출되면 심장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혈관 건강에도 악영향...변이형 협심증 주의해야
층간소음 스트레스는 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관용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개인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소음의 크기가 다를 수 있지만, 보통 50~60dB의 소음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고 혈압을 비롯해 혈중지질농도나 심장박출량, 심혈관 수축을 유발해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층간소음에 매일 노출되면 누적된 시간에 비례해 혈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변이형 협심증이 대표적이다. 변이형 협심증은 콜레스테롤이나 혈전(피떡)이 끼여 혈관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협심증과 달리 경련에 의해 심장 혈관이 오그라들면서 일시적으로 심근으로 가는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통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자정부터 아침 8시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 교수는 "변이형 협심증의 유발 인자로는 술, 담배도 있지만 스트레스가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혈관조형술 후 Q변이형 협심증으로 진단 받으면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암 발병 위험도...이웃과 소통해 층간소음 줄여야
소음에 자주 노출되면 암 발병 위험도 커진다. 독일 공립 마인츠대학이 건강한 실험용 쥐를 비행기가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에 4일간 노출시킨 결과 건강했던 쥐는 혈압 상승 등 심장에 이상이 생겼고, 유전자(DNA)가 손상된 것을 확인했다. 고혈압과 DNA 손상은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인자다. 층간소음 뿐 아니라 소음이 심한 작업장, 경비행장 주변 소음 등 일생생활 중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소음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웃과 소통해 소음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집에서 일하거나 잠잘 때 소음을 없애주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또는 귀마개를 하거나 도로변에 이중창과 커튼을 설치해 소음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이 교수는 "특히 새벽녘 소음으로 수면장애까지 유발되면 신체리듬이 깨지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확 올라간다"면서 "이웃과 소통해 층간소음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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