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바이든 출범 후 첫 미사일 발사…제재 피한 저강도 도발

기사등록 2021/03/24 12:08:36 최종수정 2021/03/24 14:05:16

합참 "24일 서해로 순항미사일 추정 2발 발사 포착"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아냐…단거리 미사일만 금지

"바이든 대북정책 따라 압박 수위 높일 수 있다는 신호"

[서울=뉴시스] 북한이 지난 21일 오전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심동준 기자 =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과 한국 정부를 향한 저강도 무력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위반되지 않은 수준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따라 향후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 주말 여러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북한이 지난 주말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미국 관리가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후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1일 아침 서해 지역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이 발사된 것을 포착했다"고 확인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4월14일 이후 11개월 만이다. 당시 북한은 4·15 총선을 하루 앞두고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은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로 유엔 안보리 제재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탄도미사일 발사만 금지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익명으로 진행한 고위 행정부 당국자들의 전화 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당국자는 "미 행정부는 핵 실험, 장거리 시스템 등 북한이 정말 도발적인 활동을 하는 걸 봐 왔다"라며 "이번 주말에 본 건 그런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이번 활동은 '정상적 활동의 범주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이 저강도 도발에 나선 것은 미국이 새로운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향후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위협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라 북한이 향후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 것"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행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10월 북한 열병식 당시 공개된 순항미사일 추정 무기. 2021.03.24.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6일 한미연합 훈련을 비난하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서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에 경고장을 날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역시 18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적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북미 대화는 없다고 경고했다.

이후 지난 8일부터 진행됐던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18일 마무리되고, 17~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의'가 진행되면서 한미 당국은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미는 물론 북한 역시 순항미사일 발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트위터에 정보당국 보고를 토대로 "한미 군 당국은 당시 파악하고 있었는데 발표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고, 과거에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미 합의로 발표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미가 실시간으로 발표를 하지 않은 것은 북한 정부를 자극하고 싶지 않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미국 역시 북한의 담화나 도발에 반응할 경우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간다는 판단을 하면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순항미사일 발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 종료와 2+2 회의 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것은 미국과 한국에 대한 위협, 압박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며 "제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가방위력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무기 개발을 통한 무력의 현대화를 계획표대로 이행해 나가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건강 보험 관련 연설을 한 뒤 기자들에게 북한 문제에 관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다고 AP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이며, 내주 말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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