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 반격 나선 박찬구 회장…금호석화 주총 표대결 '진검승부'(종합)

기사등록 2021/03/09 19:38:21

금호석유화학, 9일 이사회 열고 주총 안건 확정

박철완 상무 주주 제안 배당안 제외하고 모두 상정

주총 표 대결로 승패 갈릴 듯…양측 우군 확보 총력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영권 분쟁 중인 조카 박철완 상무에 맞서 배당 확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반격 카드'를 공개했다. 주주 제안 중 주목받은 박 상무 고배당 안은 상정하지 않고, 법원에 판단에 맡겼다.

배당안을 제외한 박 상무 주주 제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주총 현장에서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주총까지 남은 시간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9일 이사회를 열고 44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해 공시했다. 상정 안건은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박 상무 주주 제안 중 이익 배당(배당안)은 제외됐지만,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추천안 등은 포함됐다.

금호석유화학은 "별도 주주 제안 내용 중 이익 배당(배당금) 관련 부분을 제외한 정관 변경,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등 나머지 내용은 모두 상정됐다"며 "이익배당(배당금)에 대해서는 주주 제안 적법성 등에 관해 현재 법원 심리가 진행 중으로 해당 안건 상정 여부는 추후 법원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안건별로 살펴보면 개선된 배당안을 내놓았다. 금호석유화학은 보통주 주당 4200원(대주주 4000원), 우선주는 주당 4250원이다. 총 배당금은 115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80% 증가한 수준이다.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대 주주 등에 대한 차등 배당도 전년 대비 33% 확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존 배당 정책보다 상향한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25% 배당 성향을 향후 2~3년간 유지할 것"이라며 "개선된 현금 흐름에 맞춰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외 배당 상향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상무가 주당 배당을 보통주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리자고 제안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앞서 박 상무는 주당 배당을 보통주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리자고 제안했으나 정관상 오류가 있다는 금호석유화학 지적에 따라 우선주 주당 배당금을 1만1050원으로 수정해 다시 제출했다.

박 상무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주주 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법원 판단은 이번 주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서는 지속가능경영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의 기반 마련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회사 측 안으로는 주주 가치 중심 이사회 운영을 담보하는 핵심 방안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 투명성 및 합리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EGS 위원회, 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 간 거래의 투명성 제고와 이해 상충 감시를 위한 내부거래위원회, 이사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를 각각 설치하기로 했다. 실질적인 독립 운영을 위해 해당 위원회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박 상무 측 안으로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 선임하며,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으로 상정됐다.

사내이사로는 현재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인 백종훈 전무를 후보로 추천했다. 백 전무는 1988년 금호쉘화학 입사 이후 금호피앤비화학 등을 거치면서 R&D, 영업 업무를 담당하며 전문가로 그동안의 직무 경험과 영업 부문 전문 역량을 토대로 주력 사업 우위를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본인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선임의 건에서는 재무, ESG, 회계, 법률 등 부문별 전문성 및 구성원의 성별 등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자로 선정, 추천했다.

회사 측 안으로는 현재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 이정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순애, 가천대 석좌교수 최도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황이석 등 총 4명을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이 가운데 최도성, 황이석 후보는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다.

박 상무 측은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이병남, 현 Dentons Lee 외국변호사 민 존 케이(Min John K), Facebook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조용범, 이화여대 공대 환경공학과 교수 최정현 등 총 4명을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이병남, 민 존 케이 후보는 감사위원회 후보이기도 하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총 안건과 함께 2025년 매출액 9조원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개하며, 박 상무가 제안한 신규 사업 진출을 골자로 한 중장기 청사진에 맞불을 놓았다.

양측 패가 모두 공개됨에 따라 주총 현장 표 대결이 현실화했다. 양측은 주총 전까지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보유한 박 상무 지분은 10%다. 박 회장(6.69%)과 아들 박준경 전무(7.17%), 딸 박주형 상무(0.98%)가 보유한 지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표 대결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에 갈릴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국민연금 8.16%, 자사주 18.36%와 소액주주가 48.62%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행보도 주목된다. 재계는 소액주주 결집이 어려운 만큼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주총에서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다. 만약 국민연금이 비슷한 이유로 박 상무 편을 든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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