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진퇴양난 제주 제2공항, 국책사업을 쉽게 포기할까?

기사등록 2021/02/19 11:38:23

국토부·제주도 충격…추진-포기 입장 못 내놔

"도민반대가 많은데 계속 추진 가능하겠느냐"

제주2공항 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 ⓒ한라일보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강정만 기자 =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15~17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반대의견이 많이 나왔다. 제2공항 추진이 어정쩡한 입장에 처해졌다. 추진을 포기할 수도, 계속 밀어붙일 수도 없는 진퇴양난 상황이다.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2공항 건설이 어느 특정지역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도민을 위한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 도민전체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원희룡 지사가 19일 발표한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종료에 따른 입장문’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그대로 감지된다.

원 지사는 A4용지 1장에 “조사결과는 제주도의회와의 협의에 따라 공정관리 공동위원회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전달하겠다. 국토교통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이제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것이 입장문의 거의 전부다.

원 지사가 사업주체인 국토부로 공을 넘기면서 한발 비켜서는 제스처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도가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것이 도 내부의 평가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

도 관계자는 “이 여론조사에 앞서 도와 도의회가 지난해 12월11일 합의 발표한 ‘제주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합의문’ 3항에는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다고 돼 있다“며 ”이 시점에서 도로서는 이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 국토부와 긴밀한 논의는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곤혹스러운 것은 국토부도 마찬가지다. 2015년 이후 계속 추진해 온 제주 제2공항이 이번 여론조사로 암초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여론조사 결과에 충격을 받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제주도청에서는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도민 여론조사로 하루아침에 포기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며 “국토부가 이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다각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의 모 인사는 “이 여론조사 결과가 도민 반대로 나타났는데 계속 추진이 가능하겠느냐”며 “국토교통부가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제주 2공항 추진 반대’로 귀결된 도민여론 조사결과를 놓고 아직은 정부, 제주도정, 정치권 어느 한군데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지난해 12월11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제주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 등 여론조사기관 2곳이 전화 면접조사(무선 80%·유선 20%)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국갤럽은 만 19세 이상 남녀 도민 2019명(신뢰수준 95%·표본오차 ±2.2% 포인트)과 성산읍 주민 504명(신뢰수준 95%·표본오차 ±4.4% 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은 만 19세 이상 남녀 도민 2000명(신뢰수준 95%·표본오차 ±2.19% 포인트)과 성산읍 주민 500명(신뢰수준 95%·표본오차 ±4.38% 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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