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북핵 해결 공감대…한미일 삼각협력은 과제

기사등록 2021/02/04 17:16:00

文대통령, 美바이든 공식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통화

文 "한미, 비핵·평화 공동 노력"…바이든 "공통 목표"

靑 "동맹 업그레이드와 북핵 협력, 이번 통화 핵심"

한일 개선, 한미일 협력 강조…中 견제 동참 시각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태규 안채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 바이든 행정부 공식 출범 후 처음 이뤄진 한미 정상통화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조속한 대북정책 수립 필요성에도 한미 정상이 인식을 같이 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다만 기존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을 뛰어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강화시켜 나가기로 한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미국의 대(對) 중국 견제 전략 동참 요구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삼각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점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25분부터 57분까지 32분 동안 한미 정상통화를 갖고 한미동맹 강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코로나19, 기후변화, 경제 양극화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날 한미 정상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취임 14일만에 이뤄졌다.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12일 한 차례 이후 약 3개월만이기도 하다. 취임 후 공식적으로 이뤄진 첫 정상통화라는 점에서 이날 통화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고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 국민 통합과 더 나은 재건을 향한 비전을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축하와 성원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3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기후변화 대응, 미얀마 쿠데타 등 글로벌 정세를 비롯해 한미동맹 발전·강화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 한일관계 개선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2.04. photo@newsis.com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 간의 공동 노력을 제안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의 한미동맹 발전·강화를 언급했다. 다자주의 관점에서 한미일 삼각협력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 노력 제안에 대해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북미 싱가포르 합의 계승'이라는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시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남북, 북미 대화 재개 노력과 관련해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협상을 (북미간) 해나간다면 조금 더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는 한미가 같이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한국의 입장이 중요하니 한반도 프로세스를 최대한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전 8시25분부터 57분까지 32분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통화를 가졌다. 다음은 미국 대통령 취임 기념 역대 한미 정상통화.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두 정상이 속도감 있는 대북전략 마련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향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 주목된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또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한미가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 동맹임을 재확인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 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발전·강화시켜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중심으로 한 중국견제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읽힌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취임 이후 14일만에 첫 한미 정상통화가 이뤄진 것은 미국의 대내·외적 상황이 종합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주요 국가 정상들과의 우선 소통에 이어 코로나19 대응 등 미국 내 현안에 밀려 상대적으로 늦은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한중 정상통화는 한미 정상통화 시점을 정하는 데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며 "그랬기 때문에 (두 정상이)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와 한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통화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02.04. scchoo@newsis.com
앞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통화 직후 페이스북 등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코로나, 기후변화, 경제 양극화 등 중첩된 전 세계적 위기 속에 '미국의 귀환'을 환영했다"며 "나와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고,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적 현안 대응에도 늘 함께하기로 했다"고 정상통화 결과를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한미 정상통화 결과를 SNS로 신속히 공유한 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통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왔는지 엿볼 수 있다. 청와대는 가급적 조속한 시점에 한미 정상통화 성사될 수 있도록 백악관과 물밑 조율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공식 취임한 이래 캐나다·멕시코(이상 1월22일), 영국(1월23일), 프랑스(1월25일), 독일·러시아(이상 1월26일), 일본(1월27일) 순으로 정상통화를 가졌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접국 정상과 유럽 주요 국가 정상을 먼저 찾는 것이 통상적인 미국 관례를 따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7일 만인 지난달 27일 미일 정상통화를 가졌던 것과 비교했을 때 한미 정상통화 시점은 8일 늦다. 오바마 행정부가 처음 출범했던 2009년과 비슷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13일만인 2009년 2월3일 첫 한미 정상통화를 가졌었다.

당시 오마바 대통령 역시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삼각협력을 강조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의 통화 역시 미일 정상통화보다 5일 늦게 이뤄졌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많은 정책에서 오바마 행정부 계승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통화에서 한미일 삼각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 역시 닮아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2.04. photo@newsis.com
오바마 행정부는 1기와 2기를 거치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한미일 삼각공조를 통한 중국 압박용 동북아 정책을 추진했었다.

많은 외교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된 것도,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었던 박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2016년 사드 배치 추진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그해 11월23일 지소미아를 체결한 것은 한국의 중국 쏠림 현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한다.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면서 미국의 압박이 거세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통화가 생각보다 늦어지게 된 배경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풀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시진핑 주석과 한중 정상통화를 먼저 한 것이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고, 시 주석은 남북,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다만 청와대는 한미 정상통화와 한중 정상통화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대응, 이민자 문제 등 미국 내 현안 처리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을 잡기가 어려웠다고 청와대는 설명한다. 미일 정상통화(1월27일) 이후 한국은 물론 다른 국가 정상들과 통화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무적으로 일정 조율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통화 일정은 양국이 오래 전부터 긴밀하게 조율해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현안 처리에 집중하느라 양국 실무급 단위에서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 그외 다른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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