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임성근, 1박2일 진실공방…녹취록 등장에 반전

기사등록 2021/02/04 11:40:42

전날 언론 보도로 시작…'탄핵 논의로 사표 반려'

대법원, 보도 취지 부인…탄핵 언급 없었다 주장

임성근, 즉각 대법 해명 반박…"탄핵 언급했다"

추가 입장서 김명수 음성 공개…탄핵 언급 확인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02.04.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소추 대상자가 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반려 과정을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이 1박2일 만에 전환점을 맞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회 탄핵 논의를 이유로 사표를 반려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임 부장판사 측은 이를 반박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임 부장판사 측 윤근수 법무법인 해인 변호사는 4일 "더이상 침묵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도리가 아니고, 사법부의 미래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녹취 파일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며 김 대법원장과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 사이 진실공방은 전날 언론 보도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한 매체는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사의를 밝힌 임 부장판사와 면담을 했지만, 국회에서 탄핵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반려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대법원은 같은 날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에게 국회 탄핵 시도를 이유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와 면담을 한 사실은 있지만, 건강과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임 부장판사에게 우선 치료에 전념하고 건강 상태를 지켜본 후에 신상 문제를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한 면담 당시 임 부장판사는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임 부장판사 측이 즉각 대법원 해명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임 부장판사 측은 3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5월22일 김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직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라며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도 이를 보고했으며 대법원장과 면담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음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당시 김 대법원장은 '사표를 제출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법원장은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수리 여부는 대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고 대법원 해명을 반박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1. photo@newsis.com
지난해 이뤄진 면담에서 김 대법원장이 탄핵을 언급했는지 여부 등을 두고 양측이 판이하게 다른 주장을 편 것이다.

이같은 진실공방은 하루 만에 임 부장판사 측으로 무게추가 기운 상태다. 임 부장판사 측은 이날 추가입장을 내고 김 대법원장의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까지 공개했다.

임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임 부장이 사표 내는 것은 나는 좋은데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된다"고 말한다.

이어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게다가 임 부장의 경우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라고 설득한다.

또한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라고 언급한다.

논란은 시민단체의 고발로도 이어진 상태다. 고발 대상이 된 김 대법원장은 아직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