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학계·법조계 "친고죄 폐지 안돼"
김종철 전 대표의 경우 가치 충돌 발생
"왜 신고 안 하냐고 말하면 논점 이탈"
1일 뉴시스가 접촉한 각계 인사들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형사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취지 입장 표명을 했음에도 이뤄진 김 전 대표 고발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중론은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형사 사건화에 해당, 2차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례를 토대로 제3자의 성범죄 고발을 통제하는 방향의 논의는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에서 보충 진술 조서를 받는 것은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승 연구위원은 "더욱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면, 수사기관은 김 전 대표를 불기소 처분할 가능성이 큰데 가해자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게 되고, 시민들에게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연구원 장다혜 연구위원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발을 진행한 것은 2차 피해에 해당한다"며 "절차적으로 고발할 수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재희 법률사무소 김재희 변호사도 "피해 회복에는 각기 다른 모습이 있다. 피해자는 고소해야 한다는 모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친고죄 논란으로 본질을 흐리기보다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은의 법률사무소 이은의 변호사는 "고발은 선택이지만 이후 피해자의 수사 협조가 강요돼선 안 된다. 그 강요는 또 다른 폭력"이라면서도 "친고죄를 폐지한 취지는 좋았고, 맞았다. 피해자 입장을 더 존중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고발로 제기된 논란이 성범죄 친고죄 폐지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성범죄 친고죄 부활 논의로 전개되는 것에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성범죄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 조항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폐지됐다. 강간, 강제추행,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이 대상이다.
2013년 6월 이전에는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할 경우 수사기관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검찰이 사건을 기소하더라도,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 재판부는 공소기각 처분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를 맡고 있는 서혜진 변호사는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기관 단계에서 종결하거나, 재판에서 공소기각 처분 받기 위해 가해자 측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2차 가해가 많았다고 전했다.
서 변호사는 "친고죄를 부활하자는 건 성범죄를 사소화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가 신고를 안 했다고 해서 '왜 신고 안하나. 친고죄로 돌아가자는 거냐'고 말하는 것은 논점 이탈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성범죄의 친고죄 폐지는 어린이, 장애인 등 약자를 위한 부분도 있다. 약자를 위해서라도 친고죄 폐지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면서도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단계를 나눠 다루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강간, 성추행 등 강력사건에 포함되는 성범죄는 피해자 신고 없이도 가해자가 처벌받게 하되 단순 접촉 등은 명확한 판단이 가능한 성인에 한해서 친고죄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비친고죄로 전환됐다고 해서 피해자 의사에 반해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라며 "친고죄는 처벌 공백을 메운 것이다. 대전제는 피해자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부대표는 김 전 대표 사건 조사를 담당한 바 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김 전 대표 고발 사건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으로 분류,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된 이 사건을 이첩받아 직접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