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 권고사직으로 파견行 '정은' 역
오정세, 정은 돕는 송전탑 수리공 '막내'
이태겸 감독 "직업, 생존 직결되는 문제"
유다인은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영화가 나오면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데 대해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시나리오를 보기 전이었나 그즈음에 KTX 승무원 복직 뉴스가 방송됐고 그분들의 10여년 동안의 어려운 싸움이 다큐멘터리로 방영됐던 시점이어서 시나리오가 영화로만 느껴지지 않았다"며 "하고 싶다는 것보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 된 '정은'(유다인)이 1년의 시간을 버텨내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영화다.
정은은 어느 날 갑자기 권고사직을 마주하게 된다. 하청으로 1년 동안 파견을 가면 다시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정은은 결국 파견을 결정하지만,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도전에 직면한다.
오정세는 극 중 정은이 파견되는 하청업체의 송전탑 수리공이자 어린 딸들을 키우며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대리기사까지 뛰는 '막내' 역을 맡았다. 그는 정은이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오정세는 "시나리오를 읽고 '막내'라는 인물이 제게 훅 들어왔다"며 "제 주변에 '막내' 같은 인물들이 있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성실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데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걸 보면서 아쉬움이 있었다. 그때 '막내'라는 인물을 만났고 작품을 하면서 작은 응원의 손길이나 관심이라도 생기면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막내' 역에서 가장 신경 썼던 건 성실함이었다. 최선을 다해 자기 삶을 사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막내'를 조금씩 그려나갔다"고 밝혔다.
극 중 인물들은 송전탑 노동자로 나온다. 유다인은 "연습은 하루 정도 미리 했고, 안전한 교육장에서 촬영해 무섭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다. 무거운 장비들을 줄줄이 달고 올라가는 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정세도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끈 하나에 생명을 지탱하고 쉬는 모습이 있는데 그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며 "물속에 가면 다른 세상 같듯이, 조금 위로 올라갔는데 다른 세상 같았다"고 떠올렸다.
송전탑 노동자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이태겸 감독은 "송전탑의 거대함, 복잡함, 쇠로 된 차가운 질감 등이 '정은'이 처한 상황과 똑같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녹록지 않은 삶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직장이 나의 삶이 되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갑자기 정리해고가 되거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면 사고도 일어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사회에서 직업이 곧 생명이 되는 점을 영화에 녹여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정은'이 늪 같은 상황에 빠져있지만, 어떤 마음을 갖게 될까 생각했고 긍정성이라고 봤다. 조직이 불합리한 처우를 해도 '나는 나 스스로 인정하겠다', '스스로 긍정하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를 제목에 담았다"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려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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