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다" 지목한 차 번호 틀렸지만…법원, 유죄 인정

기사등록 2021/01/25 08:01:00 최종수정 2021/01/25 08:24:02

횡단보도 건너던 여성 치고 도주 혐의

목격자, 차량번호 일부 '7'이라고 적어

용의차량번호 일부 '9' 제외 모두 일치

1심 "같은 차량 맞다" 징역 6개월 구속

2심도 "다른 차량일 수 없어" 항소기각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횡단보도를 지나던 여성을 차로 들이받고 도주한 사건의 재판에서 사건 목격자가 용의 차량의 번호를 일부 잘못 진술했지만 주변 정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할때 해당 차가 뺑소니를 저지른 것이 맞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부장판사 김양섭·반정모·차은경)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57)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10월18일 오후 8시59분께 서울 강남구 소재 테헤란로 인근에서 골목으로 우회전하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 B씨를 들이받아 전치 6주 상해를 입히고 그대로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직후 근처에 있던 2명의 목격자 중 한 명은 도주하는 가해차량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고, 또 다른 한 명은 피해자 B씨에게 차량번호를 휴대전화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해 보여줬다.

당시 목격자가 적은 차량번호 일부는 '7'이었는데, A씨의 차량번호 일부는 '9'였다. A씨의 차량번호는 'X9호XXXX'으로 해당 번호를 제외하고 목격자가 적은 차량번호와 모두 일치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동영상에서 가해차량의 차종 및 차색상이 A씨의 차량과 일치할 뿐 아니라, 일부 순간 프레임에서 차량번호 부분이 희미하게나마 'X9호XXXX'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장면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나오는 가해차량 운전자 상의 복장과 당일 A씨가 착용한 상의 복장이 거의 일치한다"며 "시내버스 블랙박스에 촬영된 가해차량 후속 이동경로와 A씨의 목적지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시각이 야간이긴 하나 사고 장소가 번화가 이면도로로 진입하는 곳이어서 비교적 어둡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승용차 진행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단해 A씨가 목격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1심은 "A씨가 이 사건 사고 당시 횡단보도를 보행하던 피해자를 충격했다는 점을 알았거나 적어도 충격했을 가능성에 대해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도주 범의가 인정된다"고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역시 가해차량이 A씨의 차량이 맞으며, A씨가 사고를 인식한 상태에서 도주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목격자가 입력한 차량번호와 A씨의 차량번호는 단 하나의 숫자만 다른데 '7'과 '9'는 그 형태가 유사한데다, 짧은 순간 멀어지는 가해차량 번호를 목격한 거라서 다소 부정확할 수 있다"며 "동일한 차량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CCTV 동영상이나 버스 블랙박스에 가해차량 앞뒤로 근접해 운행하던 다른 차량도 없었다"면서 "가해차량이 A씨의 차량이 아닌 다른 차량일 가능성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공중에 떴다가 바닥에 떨어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일반 평균인의 기준에서 사고를 충분히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며 "A씨의 도주 범의는 인정된다"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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