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예산 막 집행했는데 추경 언급하기엔 너무 일러"
"지자체 지급 할 수 있는 일"…이재명 지사에 힘 실려
방역 상황에 따라서 '보편-선별' 모든 가능성 열어둬
보궐선거 판세 따라 재난지원금 논의에 불 붙을 수도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촉발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자율에 맡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계속될 경우 지급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도 덧붙여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열린 신년기자담회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에 대해 "아직은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강화된 방역조치로 피해가 커지자 여권을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선을 그었다.
11월 중순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여야는 올해 본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하고 예비비까지 끌어다가 재원을 마련한 상황이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한창인데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도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에 부득이 추경으로 하게 되고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2021년도 본예산도 막 집행이 시작된 이 단계의 정부가 추경을 통해서 하는 4차 재난지원금을 말하기에는 정말 너무나 이른 시기"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 558조원을 편성해 집행에 나섰다. 여기에는 3차 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코로나19 방역과 경제회복을 위해 가용한 예산이 포함됐다. 본예산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93조원이 넘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연말이면 국가채무가 956조원으로 늘어난다.
예비비도 이미 끌어다 쓴 마당에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또 다시 빚을 낼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금과 같은 피해가 한 동안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작년과 같은 몇 차례 추경이 반복돼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재정당국이 정치권의 4차 재난지원금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지원과 별개로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역 차원에서 보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두고 여당 지도부의 반대에 부딪혔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힘이 실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차기 대권 후보인 이 지사의 독자 행보가 달갑지 않은 경쟁 후보 입장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공론화할 여지가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3차 재난지원금으로 부족하다면 4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급방식에 대해 "당시의 경제 상황에 맞춰 가장 적절한 방식을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이 될 보궐 선거가 본격화되면 판세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경기 악화를 이유로 4차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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