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난 5~7일 9시간 걸쳐 사업총화 보고
대남 '남북합의 이행' 요구…국방 강화 방침 유지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5~7일 당 대회에서 9시간에 걸쳐 사업총화 보고를 했다며 6면에 걸쳐 그 내용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보고는 2016년 7차 당 대회 이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5년간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큰 틀에서 국정 방향의 변화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며 "기본 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밝혔다. 외부 지원이나 협력을 바라지 않고 내부 자원을 총동원해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수해, 대북 제재로 3중고의 경제난을 겪으면서도 자립 노선을 버리지 않았는데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적 위기 속에 당의 영도를 강화하고 비사회주의 현상을 척결해 사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기조도 유지됐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먼저 선의를 보이면 북한도 화답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미국의 조치에 따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북 제재 완화 등 북미간 난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남북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 역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합의 이행의 당사자로 나설 것을 촉구한 대남 기조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측 대응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 여지를 남긴 점은 주목된다.
남측의 태도에 따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지만 김 위원장이 불만을 제기한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연합훈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대화의 문턱을 높인 측면도 있다.
또 다탄두 미사일 기술 완성이 마감 단계에 있으며 신형 핵잠수함 설계가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하는 등 각종 군사 부문 과제를 비중있게 다루기도 했다.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 우호적 조치에는 화답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핵 능력 발전을 지속 추진해 군축 협상을 시도하는 쪽으로 중장기 노선을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대남·대외 전략과 관련, "전체적으로 정세 인식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7차 당 대회 때 공세적인 언급과 달리 수세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무기 고도화, 핵무력 증강 계획을 자세히 설명한 것은 핵 보유국 기정사실화를 넘어 북미간 협상을 핵 군축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을 깔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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