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란 韓선박 나포, 5일 北 8차 당대회
美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 중요 외교 이슈
靑, 외교 해법 고심…"매우 엄중하게 인식"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가 2021년 1월5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막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개회사에서 7차 대회 후 지난 5년 간 추진했던 국가적 차원의 사업 결산을 당원과 인민들에게 보고하고, 향후 5년 간 매진할 노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피땀으로 쟁취한 승리와 성과들은 더욱 장려하고 확대 발전시키며, 아픈 교훈들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며 "특히 그대로 방치해두면 더 큰 장애와 걸림돌로 되는 결함들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당 대회는 공식적인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북한의 국가적 노선과 전략, 대내·외 정책 수립 등 모든 국정 운영의 방향성이 당 대회를 통해 결정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서 이뤄지지 않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부활했다. 2016년 7차 대회 후 5년 만에 개최된 8차 대회를 통해 대미·대남 관계 설정과 그에 따른 주요 정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보실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8차 당대회 개회사 분석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정원 북한실장을 지낸 장용석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 주도로 메시지 분석과 향후 예상되는 북한의 대외정책에 따른 대응책 마련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신년사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도 이러한 분석 토대 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 메시지에서 "방역은 물론 경제와 기후환경, 한반도 평화까지 변화의 바람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소 정체됐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숨가쁜 외교 국면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조심스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새해 벽두부터 한국 국적의 화학물질 운반선을 나포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겼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사건 발생 후 세 차례의 관계부처 상황회의를 갖고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서 실장은 사건 발생 직후 80여분 만인 지난 4일 오후 4시56분께 청와대 내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외교부, 해양수산부, 국방부 등이 참석하는 긴급 관계부처 화상회의를 주재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서 실장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5일 오전 국가정보원이 포함된 관계부처 상황점검 회의를 추가로 열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같은 날 오후 서주석 안보실 1차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청와대 차원의 상시 대응체제가 비상 가동 중에 있다. 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국가안보실이 유관 부처와 대응책을 긴밀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자국민 보호에 관한 문제가 아닌 자칫 양자 간 현안이 얽힌 복잡한 외교 문제로 보고 있다. 억류 한국인의 안전한 석방을 최우선으로 두되, 이란 정부와 더 깊은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정교한 해법 마련을 고심 중에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우리 선박 억류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동맹국인 한국을 겨냥한 이란 정부의 '전략적 도발'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한국에 묶인 무역 거래 자금(70억 달러·한화 약 7조원)을 찾기 위한 일종의 '무력 시위'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오는 20일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출범 이전, 트럼프 행정부의 말기라는 권력 공백 시점에 한국 선박의 나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 '이란 핵합의' 복원을 올려두기 위한 일종의 '시선 붙잡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1년 전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있었던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을 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문재인정부가 파병을 결정한 것을 계기로 이란 정부의 불만이 누적돼 표출된 결과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후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란을 일주일 간격으로 각각 방문하며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 표적 살해 이후 한미간 공조 방안을 논의했었다.
당시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방침을 이란 당국과 사전 논의를 충분히 거쳤다고는 했지만 이란 정부의 완벽한 동의 없이 강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정부는 미국 주도의 연합방위체제인 IMSC 아래 하나의 편제로 들어가는 방안과 우리 군의 독자적인 작전을 벌이는 방안 2가지 가운데 '사실상 파병'과 다름없는 독자 작전 방안이라는 절충 카드를 택했다.
국회 비준을 받은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의 확대 해석을 통해 아덴만 해역에서 대략 2000㎞ 떨어진 호르무즈 해협까지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넓히는 독자적 작전을 펼쳐왔다. 청해부대만으로 아덴만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국방부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5일 오전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도착했다고 밝힌 것도 작전 운용의 한계성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청해부대가 이날 새벽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도착했다"면서도 "다만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는 점을 고려해서 청해부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제한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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