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 날려 저유소 화재 원인 제공한 피고인 실화죄 타당"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5단독 손호영 판사는 23일 실화 혐의로 기소된 스리랑카인 근로자 디무두(29)씨에 대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로서 화재에 취약한 저유소가 인접해 위치하고 있음을 잘 알았음에도 화재 발생의 위험성을 내재한 풍등을 날렸다"며 "풍등을 날려 저유소 화재의 원인을 제공한 피고인에게 실화죄의 죄책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풍등을 날린 행위를 규범적으로 과실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 결과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무척 가혹하다"며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사건의 피해 규모, 경합된 피해회사의 과실 정도, 피고인에 대한 탄원 내용, 그 밖에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풍등을 날린 행위로 화재가 발생할 것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인식 없는 과실범도 규범적 실재로서 과실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그 책임을 지움은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시 발생한 저유소 화재로 저유탱크 4기와 보관 중이던 휘발유 등 11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풍등을 날린 디무두씨가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등 대형 화재로 인한 중대 과실이 있다고 판단, ‘중실화’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관련 증거가 없다’며 '실화'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디무두씨의 경찰 조사과정에서 자백을 강요한 진술거부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등 수사과정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이에 대해 경기북부경찰청장이 강압수사를 인정하기도 했다.
디무두씨는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계속 부인해 왔으며 최후 진술에서도 "의도적으로 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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