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군용기 19대 22일 카디즈 무단 진입
오랜 역사 지닌 중·러, 군사적으로 더 밀착
전문가, 중·러 도발 막을 최소 억지력 주문
이번 방공식별구역 진입은 지난 수년간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준 군사 행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7월23일 중·러 군용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했고 당시 러시아 공군기는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그 이후로도 러시아는 같은 해 10월22일 다시 무단 진입하는 등 방공식별구역을 무시하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우리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도 2016년 50여회, 2017년 80여회, 그리고 2018년 140여회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양국 군사협력 관계는 중국이 정권을 수립하기 이전인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9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소련은 1923년 이래 중국군 창설에 무기 공급, 중국 군사지도부 교육, 방위산업체 건설 등으로 공헌했다. 이후 이념분쟁과 국경분쟁으로 협력이 단절됐지만 소련 말기부터 관계가 복원됐다.
러시아는 서쪽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위협에 대응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대립하는 동시에 동쪽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대로 진출해 극동지역 개발과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은 급격히 발전하는 경제를 바탕으로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고 있다.
중·러는 미국을 공동의 적 또는 경쟁자로 삼고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바꾸려 하고 있다. 군사강국인 러시아는 중국에 무기를 공급하고 군사력 사용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경제 강국인 중국은 러시아의 에너지를 구매하고 투자를 하고 있다.
중·러 양국은 지난해 외교관계 수립 70주년을 맞아 '신시대 전면적 동반자 및 전략적 협력관계'를 수립했다. 양국 관계는 일반적인 선언적 협력을 넘어 정치, 경제, 군사적 차원에서 강한 밀착 관계다.
중·러는 매년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군사 분야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2018년에는 러시아군의 군사훈련인 보스토크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최초로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해군과 러시아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이란 해군과 함께 해상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중·러의 해상연합 훈련 장소는 대부분 한반도의 동해와 서해, 그리고 동중국해다. 이는 양국 훈련이 통상적인 훈련목적뿐만 아니라 한반도 해역에 대한 점진적 진출, 한국군과 주한·주일 미군의 즉응태세 점검, 한·일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 시험 등을 감안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중·러는 무기 교환, 군사기술지원, 연합정찰작전, 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 민감한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러 관계가 이미 군사 동맹 수준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0월22일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이 주최한 외교정책 전문가 화상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동맹이 실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고 답해 파장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군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정원 연세대 미래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전략적 협력: 동인과 현황 그리고 전망' 논문에서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10월20일 중거리핵전력 조약(INF) 탈퇴를 천명했고 그 이후 미국이 러시아보다 먼저 INF를 탈퇴했다"며 "이 같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는 조치들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는 공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또 "주변국 관계에서는 견실한 한미동맹 위에서 러시아, 중국,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며 "특히 러·중 전략정찰 등 한국 주변에서 군사행동을 할 때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양국과 직통선 설치, 위험한 군사행동 방지협정의 내실화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중·러 군사협력과 한국 안보 정책의 도전요인' 논문에서 "가까운 미래에 러시아의 공군기가 10월 22일과 같이 전투기(Su-35기)의 호위를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의 공군기까지 우리의 영공을 침범한다면? 이는 물론 가상 상황이지만 초유의 사태가 수차 발생한 현재 더 중대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군사적으로 최소 억지력의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며 "주변국을 위협할 만한 수준의 군사력이 아니라 주변국의 도전을 억지, 혹은 억지 실패 시 패퇴시킬 수 있는 군사력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력'과 '동맹'이 중요한 것이고 양자 간 균형 발전이 필요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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