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MB·朴' 사과에 與 싸늘…"대리 사과" "뜨내기" "바지사장"(종합)

기사등록 2020/12/15 17:45:05 최종수정 2020/12/15 18:04:02

'친박' 반대한 사과에 냉소…중도층 겨냥 '선거용' 시각도

"반성 없는 억지 사과 필요 없어…사과도 자격이 있어야"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데 대해 진정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보수의 '본류'가 아닌 점과 국민의힘 내부의 부정적 기류를 지적하면서 이를 '대리 사과'로 깎아 내렸다. 김 위원장 처지를 '굴러들어온 돌'이나 '뜨내기'에 비교하는 조롱 섞인 반응도 나왔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두 분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김 위원장님의 사과는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께서 당 전체를 그런 방향에서 잘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며 "저희들도 역사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며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당 대표로서 예의를 차려 긍정 평가한 것이지만 당의 전반적 분위기는 김 위원장 사과에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신영대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사과가 개인만의 반성이 아니라 국민의힘 모두의 반성과 사과이길 바란다"며 "분명한 것은 백 마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함을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공식 논평인 만큼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국민의힘이 진짜 반성을 하는 게 맞는냐'는 의구심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신 대변인은 "국민은 김 위원장이 광주에서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으나 본회의에서 5·18 관련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힘을 기억한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았으나 그 관련 법안에는 반대했던 그 모습도 기억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위원장의 사과를 바라보는 보다 신랄한 시각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5. photo@newsis.com
노웅래 최고위원은 "대체 국민의힘 전체 의원들 중 몇 명이나 이에 동의했냐. 추측컨대 국민의힘 소속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저 대리 사과를 시켜놓고 중도층에는 사과했다고 보여주기를 하면서 지지층에는 '김종인 혼자 한 것이다'라고 변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한 사과란 대리인을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본인들이 직접 해야하는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의 대리 사과가 아니라 적어도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전체가 나서서 진심으로 사죄를 표할 때 비로소 국민의힘이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도 "제가 원내대표 시절 모셨던 우리 당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돼 사과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며 "그런데 이 사과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과는 잘못한 사람이 하는 것인데 정작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썼다.

우 의원은 "오늘의 이 사과는 대리 사과다. 정작 본인들은 가만히 있는데 진행된 대리 사과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냐"며 "더군다나 박근혜와 함께했던 국민의힘 내 친박세력들은 여전히 이 사과를 반대하고 있다. 전체 구성원의 마음을 모으지 않은 비대위원장만의 사과가 과연 진정한 사과가 될 수 있을까. 반쪽짜리 사과에 그쳤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김 위원장의 사과가 나홀로 사과, 보궐 선거용 사과라는 의심을 벗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미래의 올바른 행동"이라며 "기대는 낮지만 국민의힘 스스로 적폐 청산, 보수 혁신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도 "광주에서 사과하고 5·18특별법에 반대한 사람의 사과는 믿기 어렵다"며 "사과의 진정성은 하루 아침에 얻는 게 아니라 태도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병원 의원은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떨쳐버릴 수 없는 익숙한 장면이 하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사죄한다며 무릎을 꿇었던 김무성·유승민·김성태 전 의원을 위시한 보수 정치인들의 모습"이라며 "이들은 '개혁보수'와 '보수혁신'을 떠들면서 김 위원장처럼 보수를 바꾸겠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다시 '보수, 아스팔트 세력과의 단결'이었다"고 적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우리공화당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 관련 사과문 발표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15. bluesoda@newsis.com
김 위원장의 자격을 문제삼으며 사과 따위 필요없다는 식의 반응도 나왔다.

유기홍 의원은 "김 위원장이 극심한 당내 반발로 일정을 미루고 배수진을 치면서까지 어찌어찌 대국민사과를 해냈다. 대국민사과를 '해내다'니 참 웃긴 표현"이라며 "진정한 반성 없는 이런 억지 사과, 미안한데 필요 없다"고 했다.

이어 "본인이 아무리 대선을 꿈꿔도 김 위원장은 굴러들어온 돌이다. 길어야 보궐선거 후에는 쫓겨날 운명"이라며 "진짜 몸통은 지금도 배짱 부리고 반발하는데 입만 사과해서 뭐하냐. 언론은 이걸 '국민의힘의 사과'라고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김종인의 사과는 뜬금없다. 지하철 사고를 지하철 뜨내기 승객이 사과하는 격이다. 이씨 집안, 박씨 집안의 대형사고를 보일러 수리공이 사과하는 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과도 자격이 있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전당대회를 거친 정식 당대표도 아니고 국민의힘에 오래 뿌리를 내린 당원도 아닌 이당 저당 옮겨다니는 뜨내기 비상대책위원장이 할 사과는 아니다"라며 "이명박, 박근혜도 감옥에서 '니가 뭔데 사과를 해? 아니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황당할 일"이라고 썼다.

강준현·박상혁·문정복·문진석·서영석·이정문·조오섭 의원 등 사단법인 '처음으로 가는 길' 소속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당내 구성원들의 동의조차 거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바지사장'인 김 위원장의 사과가 얼마나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토를 유린했던 4대강 사업과 막대한 국부를 유출시킨 자원외교, 최순실을 통해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외면했던 죗값에 대해 언급조차 없는 말뿐인 사과"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사과가 정치 공세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묵은 부담을 털어내는 살풀이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두 사람에 대한 영구제명과 영구출당 등으로 진정성을 나타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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