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리두기 3단계 검토...외식업계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

기사등록 2020/12/15 11:02:31

3단계 격상시 8㎡(약 2.4평)당 1명으로 이용 인원 제한돼

소규모 자영업자 직접적 타격…정부 정책 비판 목소리↑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과 광주, 강원 일부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로 격상한 19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한 식당 출입구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11.19.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도입을 검토하면서 외식업계가 잔인한 연말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매장내 손님을 타깃으로 한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곧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며 심사숙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때를 놓치면 안되겠지만 성급한 결정도 금물"이라며 "3단계가 주는 무게감과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우선 지금의 거리두기 단계를 과연 우리 모두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차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달리 3단계 도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는 물론 인건비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음식점의 영업 시간은 오후 9시로 현행과 동일하지만 8㎡(약 2.4평)당 1명으로 매장 이용 인원이 제한된다. 배달이 가능한 식당의 경우 9시 이후에도 배달 음식 판매는 가능하다.

10평~20평 남짓한 공간을 사용하는 소규모 식당에는 3~4명의 손님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면된다.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고려할 때 휴업이 낫다는 의견도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70조원의 대출을 받은 것이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가계부채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755조1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684조9000억원)보다 70조2000억원(10.25%) 늘어난 규모다.

포장·배달이 가능한 음식을 팔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그나마 낫지만 매장 영업을 중심으로 장사를 해왔던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지금도 큰 상황이다. 3단계 시행이 본격화될 경우 이들의 걱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시 원흥동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모(48)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 배달·포장 주문이 급격하게 늘었다"면서도 "매장 내 손님은 거의 없다고 보면된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배달·포장 영업으로 버티고 있다고 보면된다. 코로나 여파가 외식 문화 자체를 줄이게 되는 원인으로 자리잡을 지 큰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2)씨는 올해까지만 영업을 하고 장사를 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님은 없는데 재료비와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다.

그는 "유흥가가 아닌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술안주를 배달시켜 먹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가는 돈은 많은데 손님은 없고 3단계 격상이 이뤄지면 사실상 죽으라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대응이 늦어져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됐을 때 봉쇄 수준의 조치를 취했다면 연말 대목을 놓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촌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2단계, 2단계+알파, 2.5단계 등으로 서서히 조정되다보니 지난달부터 손님이 아주 끊긴 상황"이라며 "처음부터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시행해 대유행을 막았다면 연말 장사를 망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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