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안형철 이병희 기자 = 31년 전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춘재 자백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확인된 김모(당시 9세)양 사건에 대해 이춘재가 “자살을 하려다 산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일 오후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심리로 열린 ‘이춘재 8차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56)는 1989년 7월 벌어진 김양 살인사건에 대해 “우연히 산에 있는 도로에서 만났다”며 “유인한 게 아니라 (당시)하고 있었던 행동들이 힘들어서 그 산에 자살하려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살 시도하다가 못하고 나오는 길에 아이를 만났는데 아이가 놀라 도망갔다”며 “쫒아가는 상황에서 아이를 안아서 산으로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왜 아이를 납치했는지 의문을 갖는 변호인이 질문이 계속되자 “아이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도망갔고, 내버려두면 저질렀던 사건이 불거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당시 범행과정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범행 생각이 없었고, 숲에서 한 참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결박도 한참 후에 했다”며 변명했다.

변호인은 약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여중생을 대상으로 똑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에 대한 이유를 묻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어디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겠다가 아니라 그날 상황에 따라서 마주치는 대상에 따라서 한 것 같다”고 계획범행임을 부인했다. 

이어 변호인은 유가족이 아직 사망신고도 못하고 힘들어하고 있는데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사건 벌이고 간 뒤에 나름 후회도 했는데 자살도 마음먹었는데 하지 못 했다. 모든 분들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이춘재는 당시 범행과정의 순서와 도구 등에 대해 담담한 말투로 비교적 정확하게 진술을 이어갔다. 

1989년 7월 화성시 병점동에서 발생한 김양(당시 9세) 사건은 실종으로 알려져 있다가 지난 7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재수사 결과 피해자로로 확인됐다.

한편, 경기지방남부경찰청은 김양의 사건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으나 공소시효가 끝나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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