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광화문 집회 봉쇄…여 "정당한 조치" vs 야 "재인산성"

기사등록 2020/10/04 17:36:19

이낙연 "경찰, 한글날 집회도 원천 봉쇄해야"

주호영 "사실상 코로나19 계엄령 선포한 것"

진중권 "文 눈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이는 듯"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가 전면 금지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경찰 봉쇄돼 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검문소 90개소를 설치하고 800여명의 경력을 동원했다. 21개 기동대 등 부대 인력도 배치됐다. 2020.10.03.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영 김지훈 기자 = 여야는 4일 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을 봉쇄한 경찰 조치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방역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광화문에 계엄령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위한, 매우 정당한 그런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천절 집회는 제1야당이 강력하게 집회 자제를 권고했어야 마땅했다"고도 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보수단체의 개천절 불법집회를 완벽하게 봉쇄해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덜어준 경찰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보수단체들은 한글날 4000여명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눈물겹게 일상의 회복을 기다리는 국민을 위해 대규모 불법 집회는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낙연 대표도 전날 "불법 집회를 완벽에 가깝게 봉쇄한 경찰의 노고에 감사한다"면서 "한시름은 덜었지만 일부 단체는 한글날 집회를 또 예고했다. 경찰은 한글날에도 불법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 차단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야당은  '재인산성' '계엄령'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광화문 광장을 경찰 버스로 겹겹이 쌓은 '재인산성'이 국민을 슬프게 했다. 사실상 코로나19 계엄령을 선포했던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북한 계몽군주는 소총 휘발유로 코로나 방역하고, 우리 대통령은 경찰버스 공권력으로 코로나 방역을 했다"며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 방역을 이유로 막대한 공권력으로 시민의 헌법상 자유를 억압한 나라가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혜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석기 석방을 외치는 수천 대의 차량시위에는 10차선 대로를 터주는 이 정부, 반정부 집회가 예상되는 도로엔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할 '문리장성'을 쌓는다"며 "언제는 광화문 광장에 나와 소통하겠다더니 이젠 국민 목소리를 '노이즈 캔슬링'하는 정부"라고 비꼬았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조차도 차량 시위는 허용했는데 (정부는) 시내 한복판에 계엄상태와 같은 '재인산성'까지 만들어 원천봉쇄했다"며 "'달의 몰락'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광화문에 나와서 대화하겠다던 대통령이 산성을 쌓은 것을 보니, 그분 눈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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