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출석만 70여차례...4년째 사법리스크에 신음
전례 찾기 힘든 수사에 정상적인 경영 불가 상황 이어져
새 재판 시작되며 향후 5~10년간 경영 정상화 기대 못해
글로벌 불확실성에 사법리스크까지...회복불능 피해 우려
삼성 대외신인도 추락 속 바이오 투자·해외건설 '직격탄'
美 헤지펀드 엘리엇과 ISD소송 수천억원 국부유출 우려도
"국가경제에도 악재...檢, 해도 너무한다는 말 나올 수밖에"
지난 2016년 말부터 끊임없이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온 삼성은 검찰의 기소로 또다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반복될 것이기에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 구속돼 2018년 2월 석방될 때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기소 결론을 내리면서 이 부회장은 두 건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
검찰이 이날 기소 결정을 내리게 되면 삼성은 장기간 재판에 매달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사실상 '오너 부재'와 다름 없는 악몽이 재현된 셈이다. 추후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그 동안 총수의 경영 공백이 생긴 삼성 입장에선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면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년째 이어진 사법리스크...향후 몇년간 또 매주 재판정에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 무려 4년 가까이 ‘사법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지금까지 검찰에 10차례나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잉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무려 80차례 열렸고,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은 1심에서만 53차례를 포함해 총 70여차례에 달했다. 특히 오전에 시작된 재판이 다음날 새벽에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재판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 등과 관련한 수사에서도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최근 4년 반 넘게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했다"며 "검찰이 또다시 비슷한 사안에 대해 기소를 강행하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초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새로운 재판이 시작돼 앞으로 5년~10년 삼성의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영환경 '시계제로'...재판으로 불확실성 최고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던 반도체, 스마트폰 등 삼성의 주력사업 실적은 낙관할 수 없는 처지며, 글로벌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상황이다.
국제 정치역학과 산업구조, 무역질서가 일제히 요동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조차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성장 전략에 앞서 생존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이처럼 일선 사업의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법리스크에 놓인 처지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자칫 기회 상실로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New 삼성' 도전 발목...대외 신인도 하락에 진행 중인 사업에도 차질 불가피
향후 몇년간 이재용 부회장은 매주 재판정에서 서야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삼성’을 위한 도전도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앞으로 수년간 삼성의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 속에 이른바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삼성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연루 의혹에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4년 가까이 이어지며 대형 M&A 등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대형 M&A 건이 지난 2016년 11월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이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의 경우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서 바이오 산업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과 해외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증설 등을 위해 당장 올해부터 2023년까지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은 외부 조달이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나 공모사채 발행에는 금융감독당국의 증권신고서 수리가 필수적인데, 이번 검찰 기소로 인해 회계 이슈가 다시 부각되면 이를 담보할 수 없게 된다. 또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은행 차입과 사모사채 발행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물산이 현재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키디야 복합 엔터테인먼트 개발 사업'(9조원 규모)과 '네옴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500조원 규모) 등이 사법리스크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 공사 프로젝트의 경우 회사나 경영진의 재판 내역을 입찰 요건으로 요구하는 게 업계 관행이고, 특히 이는 수주 심사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자자-국가간 분쟁(ISD) 소송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국부 유출도 우려된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승인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최소 7억70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 소송을 제기했는데, 검찰 수사팀이 주장하는 의혹이 엘리엇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검찰 기소가 현실화할 경우 ISD 소송에서 엘리엇에 유리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이어갈 수 있지만,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전략적 결정과 글로벌 네트워킹 활동은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이 부회장이 주도했던 2018년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 원 규모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과 같은 굵직한 비전 제시는 이번 일로 당분간 어려울 듯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 결정을 내리게 되면 삼성은 장기간 재판에 매달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며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그 동안 총수의 경영 공백이 생긴 삼성 입장에선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면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수사를 끌어오면서도 충분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검찰이 책임 회피를 위해, 정치적인 배경으로 인해 '판결이나 한번 받아보자'는 식으로 기소한 것 같다"면서 "나중에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기업의 피해는 회복 불가능한데,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사법리스크 속에서도 최근 코로나가 재확산 되기 전까지 '현장 강행군'을 이어갔다. 수사심의위 개최를 앞두고 반도체,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각 사업부의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경영 전략 점검에 고삐를 죈 것이다. 이 부회장은 특히 현장에서 "가혹한 위기 상황",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도 숨기지 않았다.
또 삼성은 지난 2년간 대내외 불확실성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진행했다. 지난 2018년 8월 '대한민국의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주도하겠다는 취지로 발표한 '총 180조원 투자 및 4만명 고용' 약속을 지켜왔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선정 발표한 '3대 중점 육성 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민간 투자를 주도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한민국 '미래먹거리' 확보에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중소 협력업체, 스타트업, 학계 등을 지원하는 등 '동행' 철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런 분위 속에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계와 합병 등과 관련해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30여명은 100여차례나 검찰에 소환됐다"며 "삼성바이오 회계에서 출발한 수사는 특검에서도 수사를 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수사로 확대됐고, 삼성은 합병과 관련해 2016년 12월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 반 동안이나 같은 건에 대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고, 수심위의 결정도 무시했다. 검찰 외부에선 '검찰이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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