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1.3% 추락 예고…22년만의 역성장

기사등록 2020/08/27 12:33:04

한은, 성장률 전망치 -0.2%에서 -1.3%로 대폭 하향

이주열 "수출, 소비 개선 흐름 예상보다 더딜 것"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크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한은의 전망이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역대 세번째로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은은 27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제시한 -0.2%에서 -1.3%로 1.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당시 전망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2분기 정점에 이르고 하반기 진정된다는 전제 하에 이뤄졌다.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관측되자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은은 이날 "국내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수출 감소폭이 다소 줄었으나 민간소비 개선 흐름이 약화되고,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됐다"며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부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국내 경제 회복 흐름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소비, 설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본 것이다.

[서울=뉴시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08.27. photo@newsis.com

만약 전망치가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최악이자, 역대 세번째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적은 2차 석유파동이 발생한 1980년(-1.6%), 1998년 등 두차례 뿐이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가 지난 6월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0.1%)를 한참 밑돈다. 정부는 당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0.1%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반등 속도 지연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당초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며 역성장을 시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0.8%보다도 더 비관적인 수치다. OECD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8%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다만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8월 중순부터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재확산 영향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OECD는 만약 코로나19가 2차 유행할 경우에는 한국 성장률이 -2.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는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이날 오후 '낙관', '기본', '비관' 등 3가지 시나리오별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다. 지난 5월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 제시된 성장률 전망치는 -1.8%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하반기 글로벌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국내 수출과 소비 개선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된 하향 조정의 이유가 됐다"며 "2분기 수출 실적이 예상을 밑돌고,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와 집중 호우도 하향 조정의 이유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흐름은 코로나19 전개상황과 그에 따른  정부의 대응, 각 경제주체의 행태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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