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제 심각하게 안 다뤄…망상적 믿음"
"에볼라 위기에선 미국인 단 두 명만 죽어"
마스크 끼고 등장, 청중 없는 연설…코로나로 '달라진 풍경'
12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통령·부통령 후보 첫 합동 연설에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이런 말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미숙을 작심 비판했다.
전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지명을 받은 해리스 의원은 이번 유세에서 유려한 말솜씨로 트럼프 대통령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자국민 16만명 이상을 사망하게 한 코로나19 대응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해리스 의원은 연설에서 "이 바이러스는 거의 모든 국가를 감염시켰다"라면서도 "하지만 그 어떤 선진국보다 미국에 더 심각하게 타격을 입힌 이유가 있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가 처음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검사 확대 거부,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 두기에 관한 태도 돌변을 비롯해 "자신이 전문가보다 더 잘 안다는 망상적 믿음"이 수많은 미국인의 사망을 불러왔다는 게 해리스 의원의 비판 지점이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 에볼라바이러스 위기를 거론, "6년 전에 우리는 에볼라라고 불리는 다른 보건 위기를 겪었다"라며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은 그들의 일을 했다. 미국에서 오직 2명만 목숨을 잃었다"라고 현 코로나19 위기와 비교했다.
해리스 의원은 "이게 리더십"이라며 "지금 우리가 처한 순간과 비교해 보라"라고 했다. 이어 "다른 나라가 과학을 따를 때 트럼프는 '기적의 치료법'을 밀어붙였다", "다른 나라가 (감염) 곡선을 평평하게 할 때 그는 바이러스가 그냥 훅 사라질 거라고 말했다"라고 맹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도 거론됐다. 해리스 의원은 "트럼프의 리더십 실패로 우리 경제는 모든 주요 산업화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라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량 실업·휴직을 거론, "지금까지 실업률은 (기존의) 3배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 직무에 맞지 않는 사람을 선출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며 "우리 국가는 누더기가 됐다"라고 개탄했다. 해리스 의원은 이어 "이번 선거는 단순히 도널드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를 패배시키는 문제가 아니다. 이 나라를 더 낫게 만드는 문제"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유세는 코로나19 확산을 의식해 상당히 이례적인 풍경으로 진행됐다. 통상대로라면 지지자들로 가득 찼어야 할 합동 유세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정에 따라 바닥에 그려진 원 표시를 지키며 자리한 취재진, 그리고 캠프 직원들로만 채워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해리스 의원은 연설 시작 시간에 맞춰 나란히 마스크를 쓰고 연단으로 걸어 나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해리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소개할 때에도, 통상 후보 간 주고 받는 포옹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의식한 모습이었다.
연설 중 극적인 순간에는 두 후보 모두 지지자 대신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와 눈을 맞췄다. 지지자들의 환호도 없었고, 지지 피켓도 보이지 않았다. 연설 후 두 사람이 각각 배우자인 질 바이든, 더글러스 엠호프와 포옹할 때도 역시 청중 없이 카메라만 이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청중 없이 카메라를 응시한 채 차분한 태도로 이어간 이날 연설이 오히려 대선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후보 모두 리허설 없는 상황에서의 헛발질로 잘 알려져 있다"라며 "해리스는 특히 가끔 대본이 있는 퍼포먼스와 즉흥적 질의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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