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동훈 수십회 거론…공모 가능성 피력
범행기간 327회 연락, 부산서 나눈 대화 적시
알려진 정황 나열했지만 직접증거 제시 없어
한동훈과 유착 관계 여부도 결론 내지 못해
다만 기존에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의심 정황 외에 한 검사장의 공모를 직접 뒷받침하는 근거는 적시되지 않았다. 검찰은 한 검사장의 공모를 의심하고는 있으나, 이 전 기자를 기소할 때까지도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는 데는 실패한 모양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이 전 기자와 후배인 백모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공소장에 한 검사장의 이름을 34번 언급했다. 다만 그를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수사팀은 공소장 기초사실 부분에서 한 검사장을 처음 언급한 뒤 이 전 기자 등의 범죄사실과 결론 부분에서 나머지 33차례 한 검사장의 이름을 적었다.
공소장은 총 24쪽 분량인데, 피의자인 이 전 기자의 경우에도 인적사항을 제외하고 34차례 이름이 적시됐다. 공범으로 같이 기소된 백 기자는 이름이 적시된 것은 15차례에 그쳤다. 공범으로 기소한 백 기자보다 한 검사장의 이름을 두배 이상 많이 언급한 것이다.
이는 수사팀이 이 전 기자 등의 강요미수 혐의에 한 검사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음을 에둘러 밝히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지난 1월26일부터 3월22일까지 통화 15회, 보이스톡 3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327회 연락을 주고받았다거나, 이 전 기자 등이 부산에 있던 한 검사장을 방문해 대화하던 중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취재 상황을 전하자 한 검사장이 '그거는 해볼 만하지'라고 답했다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공소장에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취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지난 3월10일 오전 한 검사장과 약 10분41초 동안 보이스톡 통화를 했고, 3분여 뒤 이 전 대표 측에게 '진전된 부분이 있으니 다시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도 적혀 있다. 이 전 기자가 백 기자에게 한 검사장이 '나를 팔아'라고 했다고 말한 내용이나,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 대리인으로 나선 지모씨에게 한 검사장과의 협의를 암시했다는 부분 등도 포함됐다.
다만 이같은 내용은 이미 기존에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부분이다. 그 외에 한 검사장의 공모를 입증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공소장에 담지 못했다. 한 검사장의 이름을 30번 이상 공소장에 적고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한 것이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연결을 언급했음에도, 정작 실제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 자체를 내리지 못한 셈이다.
한편 이 전 기자 등의 공소장이 이날 언론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사팀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부산 대화 내용이 왜곡되게 반영됐다는 주장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취재 계획을 이야기하자 한 검사장이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고 답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데, 앞서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서는 해당 발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은 맥락이나 내용 부분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수사팀이 직접 (녹음파일을) 들어보고 녹취 전문 직원을 통해 확인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전 기자가 공개한 음성파일에서는 "그거는 나 같아도"라는 정도의 한 검사장의 발언은 확인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