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스타 노딜 후폭풍...아시아나 영향은

기사등록 2020/07/23 15:15:36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제주항공이 23일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도 결국 '노딜'(No deal·인수 무산)로 끝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9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요구한 뒤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회동이 성사되기도 했지만, 채권단과 추가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한 달 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를 통보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으나, 현대산업개발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발표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계약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합병(M&A) 딜에서는 정부가 중요한 의사결정권자라고 볼 수 있는데, 정부가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아예 포기해버렸으니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조금 더 선택의 여지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적 측면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했을 때 안 좋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더 먼저 포기해버리니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긴 셈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이 대량실직 사태로 이어진다면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딜만큼이라도 유지되도록 더 노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결국 계약 파기와 함께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 경우 금호산업 측과 계약한 구주 매매 계약금 2583억원에 대한 소송이 불가피하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시아나 인수를 결정할 경우 추가 자금 지원 금액은 2021년부터 2년간 약 4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만료 시한인 12월 말까지 코로나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연말까지 아시아나 인수 관련 불확실성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업계의 시련이 길어지고 있다. 국가간 하늘길 봉쇄 시간의 장기화로 항공기와 관련 노동자의 작업이 멈추고, 항공사의 현금이 줄어드는 중"이라며 "항공서비스 사업자들은 약 50%의 고정비와 50%의 변동비를 지불하며 영위하는 사업이다. 항공사는 항공기 도입을 위해서 지불하는 금액과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고정인력에게 지불하는 인건비가 가장 조정하기 어려운 고정비에 해당한다. 고정비 부담으로 매출액 감소폭이 80%에서 40%까지 축소되는 가운데에도 한국 항공업계는 적자를 이어갈 것이다. 더 큰 돈을 써야 하는 빅딜은 노딜이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지지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세라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어 인수에 대한 의지는 여전한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 사태 추이에 의해 해당 결정이 변동될 수 있다"며 "주택개발 사업 부문에서도 최근 부동산 규제와 함께 용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의 전략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인수 여부의 섣부른 판단보다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계속된 침묵 모드를 유지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입장표명을 쉽게 하지 않을 것 같다. 현대산업개발이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인수 포기 발표 시기를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듯 싶다.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모두 인수 무산을 기반으로 한 '플랜B'(대안) 가동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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