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스타항공 합병무산] "누구 책임이냐" 치열한 법리싸움 예고...이미 로펌 섭외

기사등록 2020/07/23 10:49:57

셧다운 책임 및 선결조건 이행 여부 쟁점

115억원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전 벌어지나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제주항공이 '주식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한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에는 직원의 물건들이 그대로 남겨진 채 텅 비어 있다. 2020.07.23.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M&A) 계약이 파기된 가운데 양측이 책임론 공방을 펼치며 소송전까지 비화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양사가 이스타항공의 상황을 악화시킨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 및 M&A를 위한 선결조건 이행 여부를 놓고 입장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인수 포기 배경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미 양측은 계약 파기 시 책임 소재 등을 법리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계약 파기 책임에 대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시,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와 115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보통 매수자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는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계약 해지의 책임이 이스타항공에 있는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마친후 주주총회장을 나서고 있다. 2020.07.23.  scchoo@newsis.com


그동안 양측은 이스타항공의 상황을 악화시킨 셧다운과 구조조정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쳐왔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이달 초 언론에 양사 경영진 간 회의록을 공개하고, 제주항공이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 이스타항공에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회의록에는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의 구조조정 계획과 구조조정 인력 총 405명에게 총 52억5000만원을 보상하는 안이 기재돼 있다.

조종사노조는 또한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사장(현 AK홀딩스 사장) 간 통화 녹취록도 공개하며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은 제주항공이 지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월20일 통화에서 최종구 사장은 "알다시피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우리는 어쨋든 조금이라도 영업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이석주 사장은 "셧다운 하는 것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맞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 사장이 "희망퇴직한 사람에게는 체납 임금을 주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제주항공이 경영할 때 미지급 (임금을) 줘야 한다. (직원들이) 그거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라고 하자 이 사장은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거는 저희가 할 것"이라며 "그 돈을 갖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인수합병(M&A) 선결 조건 이행 시한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 제주항공 비행기와 이스타항공 비행기가 멈춰 서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영업일 기준 10일 안에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으며 이스타항공이 15일까지 250억원가량의 체불임금을 포함한 1700억원대의 미지급금을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2020.07.14. 20hwan@newsis.com


반면  제주항공은 노조가 공개한 회의록에 대해 "제주항공이 아니라 이스타항공이 3월2일 SPA 체결 이전에 준비한 자료"라고 반박했다.

또한 양측 경영진 녹취록에 대해서는 "이스타항공이 구조조정을 하기로 한 결정 및 그 구체적인 방안·내용은 이스타항공 자체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한 사항"이라며 "제주항공 측에서 이를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다"라고 맞섰다.

양측은 이스타홀딩스의 선행조건 이행 여부를 놓고도 공방을 벌여왔다.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료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선결조건은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사안 해소 등이다.

제주항공이 해결을 주문한 체불임금과 조업료·운영비 등 각종 미지급금 약 1700억원도 선행조건으로 여겨졌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주식매매계약서 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사안은 해소됐으며, 미지급금 해소는 주식매매계약서 상 의무가 아니며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인수 무산에 따른 소송전을 대비해 명분을 쌓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견이 팽팽하고 책임을 가리기가 불분명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양측은 이미 각각 법무법인을 통해 이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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