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스타항공 합병무산] 물거품 된 '메가 LCC'의 꿈…코로나가 결정타

기사등록 2020/07/23 09:37:54

작년 12월18일 인수 발표, 올해 3월2일 SPA 체결

코로나 사태 속 책임공방까지…결국 인수전 좌초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리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은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020년 3월2일,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사장 사내 메시지 중)

국내 항공업계 내 '메가 LCC' 탄생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결정타로 작용하며 좌초하기에 이르렀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인수 포기 배경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수 발표 당시부터 이스타항공의 부실한 재무구조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인 업계 전반의 부진을 M&A의 걸림돌로 꼽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약 7개월 간 이어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M&A)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7개월간 이어진 인수 협상전 실패…코로나가 결정타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일은 실사 일정 등으로 미뤄졌지만, 지난 3월2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SPA를 맺었다.

제주항공은 SPA 체결일 연기와 관련해 불거진 'M&A 불발설'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며 굳건한 인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리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은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도전하자"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제주항공이 지난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힌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주항공 출국 체크 카운터 모습. 2019.12.19.  bjko@newsis.com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 인수작업 중에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만큼 자금 사정이 나빠진 것이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6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1분기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680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인수전 완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또한 제주항공은 지난 4월28일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을 이유로 들며 주식 취득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전환사채(CB) 납입일도 기존 4월29일에서 6월30일로 변경했다. 제주항공이 표면상 밝힌 이유와 달리,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수 의지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승자의 저주가 우려될 정도로 인수 리스크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갈등도 본격화됐다.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에 2월부터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며 체불임금이 250억원가량까지 불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이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제주항공 측에서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실 공방까지 뜨거워졌다.

감정 싸움까지 번진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결국 이스타항공에 "(영업일 기준) 열흘 안에 선결 조건 불이행 시 (인수합병)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라고 통보했다.

결국 이스타항공이 1700억원대에 달하는 미지급금을 해결하지 못하며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제할 조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해 체결한 SPA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결국 국내 LCC 시장은 '거대 LCC'의 탄생이 아닌 코로나19발 구조 재편에 따른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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