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구소 "北선박들, 中해역에서 불법환적 재개...中 묵인"

기사등록 2020/07/19 09:51:34

"북한 선박 최소 17척, 중국 저장성 앞바다 항해 포착"

"중국 해안경비대 소속 선박, 불법환적 현장 그대로 지나쳐"

【서울=뉴시스】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는 지난 2월부터 8월 초까지 북한의 안보리 제재 위반 등을 평가한 반기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2017년 말 이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선(enhance)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북제재위는 보고서에서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여전히 가동'되고 있는 것과 북한이 해상에서 선박간 불법 환적을 통해 정제유와 석탄 등 밀거래를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동중국해에서 연이틀 진행된 석유제품 불법환적. 2019.09.06. (사진=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코로나 19 로 주춤했던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이 최근 중국 해역에서 재개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NK뉴스와의 공동 연구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 해역에서 북한 선박들의 출현이 잦아졌다고 밝혔다.

4월 말부터 최근까지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과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조사기간 중 북한과 연관된 선박들 최소 17척이 북한과 중국 저장성 동북부 앞바다인 저우산 사이를 항해한 정황을 포착됐다고 전했다.

해당 선박들은 용림호, 연무호, 소백수호, 소광호, 은률호, 태양호, 수리봉호, 리나호, 남대천호, 태평호 등이다. 이 선박들이 조사기간 중 중국에 석탄을 수출했다고 가정할 때 북한 정권에 수백 만 달러의 수익이 돌아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제임스 바이른 선임 연구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코로나 19가 심각해진 3월 잠적했던 북한 선박들이 4월 중순께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처음에는 몇 척 밖에 없었지만, 점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앞서 RUSI는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 19 여파로 북한의 남포항에 한달 전 관찰된 선박 50척보다 대폭 늘어난 약 140척이 정박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북한 선박들이 AIS 장치를 켠 채 버젓이 중국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북중 간 불법 환적을 눈감아 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3일 촬영된 위성사진과 AIS 기록을 보면 북한의 최대형 화물선으로 꼽히는 태평호가 북한 남포항을 출발해 저우산 해역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같은 날 중국 해안경비대 소속으로 보이는 선박을 포함해 중국 선박 두 척이 그 주위에 머물다 떠났다. 즉, 중국 해안경비대가 불법환적 현장을 보고도 제재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 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이다.

바이른 연구원은 북중 간 협의 없이 중국 해군 기지와 정찰선들이 몰려 있는 저우산 해상에서 북한 선박들이 환적 행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er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