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4월8일 신고했는데 조치 안된 것 정말 문제"
체육회 "신고 접수후 바로 조사착수…신고자 진술만으로 징계 곤란"
폭행과 욕설,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선수가 주위에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체념한 최숙현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 세상을 떠났다.
최숙현은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최숙현은 세상을 떠나기 전 트라이애슬론 모 감독과 특정 선수 두 명에게 수년간 폭행, 욕설,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
'**년', '*년' 등의 욕설은 기본이었고, 여러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트라이애슬론은 체급 경기가 아님에도, 감독은 최숙현이 조금만 체중이 늘면 며칠씩 굶게 하는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최숙현이 생전에 기록한 녹취록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인격모독이 담겨있었다.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한 최숙현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등에 자신이 당한 일을 알렸다.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이런 일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또한 가해자의 반성과 처벌을 바랐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수사를 받으면서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성)폭력 등 피해 발생 시 가해자 분리(직무정지 등) 의무화, 비위 신고 시 처리기한 명시 등 가해자에 대한 징계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가해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체육계는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최 선수가 세상에 혼자라고 느낀 후 스스로를 비관해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배제할 수 없다.
체육회는 이 사건을 최초 접수 받은 지난 4월8일 이후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건 접수 3달이 다 되가도록 뭐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8일 신고를 접수한 후 바로 조사에 착수했다"며 "폭력 사건이라 직권조사를 하면서 철인3종협회와 공조해서 자체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찰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이었고, 신고자의 진술만으로 가해자라고 지목되는 사람들에 대한 징계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자격정지를 할 수 있는 주체는 경주시청"이라며 "시청에서도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중이어서 증거가 부족했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식적인 언동과 욕설, 가혹행위가 난무하는 녹취록이 세상이 조금 더 일찍 알려졌더라면 스포츠계에 만연한 인권 유린 사태에 여론이 들끓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결과적으로 3개월간 이 사건 처리에 넋놓고 있었고, 경북체육회는 환부를 드러내기보다 합의를 종용했다.
선수단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경주시청은 방관했다. 최 선수의 극단적 선택이 있고 나서야 가해자 3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체육회는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클린스포츠센터 및 경북체육회 등 관계기관의 감사와 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사후약방문이다. 경주경찰서가 과연 제대로 된 수사를 했는지도 의문이 들고있다.
경주경찰서는 조사를 마무리 해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으로 송치했다. 6월1일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이 이첩돼 지금까지 사건을 조사중이다.
스프츠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 체육계가 아직도 인격모독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최 선수 사건을 보고 받고 "최 선수가 폭력신고를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한 날짜가 지난 4월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 불행한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정말 문제"라며 "향후 스포츠 인권 관련 불행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dm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