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코로나19에도 헌법 개정 투표 돌입…푸틴 장기집권 임박

기사등록 2020/06/25 23:25:23

크렘린궁 "헌법 개정은 러시아인 권리 강화 위한 것"

[모스크바=AP/뉴시스]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식이 열려 모스크바 상공에서 러시아 국기 색상의 불꽃이 터지고 있다. 2020.06.25.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러시아가 25일(현지시간)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 투표에 돌입한 가운데 크렘린궁이 헌법 개정은 러시아인의 사회적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25일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크렘린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날 "이번 헌법 개정안은 (현직 대통령의 3선 도전을 허용하자는 제안이 있었던) 2008년 상황과 다르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이를 거부했다"며 "이번 개정은 의회가 주도했고, 국민에게 초점을 맞춘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는 푸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는 "헌법 개정안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면 (푸틴) 대통령에게도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 연임 제한에 관한 규정을 수정해 푸틴 대통령이 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러시아 최초 여성 우주비행사이자 집권당 하원 원내부대표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가 주도해 3선 제한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개정 헌법 이전 당선 이력을 백지화하도록 했다.

아울러 헌법 개정안은 노동권 등 사회적 영역에서 정부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크렘린궁은 정치적인 의미보다 사회적인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전 대통령이자 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도 "헌법 개정안은 러시아인의 사회권과 노동권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헌법이 개정되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캄차카 등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 14곳은 이날 오전 1시(모스크바 기준)부터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 투표를 시작했다. 투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으로 다음달 1일까지 7일간 러시아 각 지역에서 이뤄진다.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75회 전승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0.06.24.
러시아는 당초 4월22일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푸틴 대통령이 이를 연기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처음 대통령직에 오른 뒤 연임에 성공했다. 기존 헌법에 따라 재선이 불가능해지자 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대통령으로 내세운 뒤 자신은 잠시 총리로 물러났다.

총리 임기 중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한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다시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고, 2018년 대선에서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해  2024년까지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이번 개헌을 통해 기존의 대통령 재임 기간이 백지화되면, 푸틴 대통령은 6년 임기인 대통령직을 두 번할 경우 2036년까지 재임이 가능해져 무려 36년간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출마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한편, 이번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 투표는 러시아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다. 러시아는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에도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해제해 국민 투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타스통신은 이와 관련해 의료진이 투표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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