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장 사퇴…"제대로 된 의견수렴 어려워"

기사등록 2020/06/25 16:50:08

"탈핵시민사회계와 산업부 간 '불신의 벽' 극복 못해"

"'반쪽 공론화'로 '재검토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 불가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기구에서 추진해야"

[서울=뉴시스]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25일 밝혔다.

정 위원장은 오는 26일 서울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표명할 계획이다.

재검토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문제 공론화와 국민적 수용성을 갖춘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출범했다. 이를 위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주관하고 있지만 구성원 간 갈등을 겪는 등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 위원장은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해당 논의의 핵심 이해당사자인 탈핵시민사회계에서는 위원회 구성의 구조적 한계와 원전 산업정책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깊은 불신 등으로 위원회 운영 및 의견수렴 과정 참여를 전면적으로 거부해 파행을 거듭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위원장으로서 저는 지난 1년 동안 탈핵시민사회계의 참여와 소통을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지만 산업부에 대한 불신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간 위원회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민사회계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어려워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을 사퇴하기로 했다"며 "공론화의 기본원칙인 숙의성, 대표성, 공정성, 수용성 등을 담보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더 이상 위원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그간 제대로 된 토론이 진행되지 않아 재검토위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국 의견수렴을 위한 시민참여단의 1차 종합토론회는 지난 19~21일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균형 있는 숙의와 토론을 위한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지 못해 7월10~13일로 연기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연기된 1차 종합토론회도 탈핵시민사회계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아 원자력 산업, 환경, 에너지, 안전 분야 등에 대한 균형 잡힌 토론이 어렵게 됐다"며 "'반쪽 공론화'로 '재검토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주관하는 지역실행기구도 파행을 거듭하는 상황이라는 견해도 이어졌다.

그는 "원전이 위치한 경주시 양남면 주민설명회는 찬반 주민 간의 격렬한 대립으로 3차례나 무산됐고 시민참여단 모집도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며 "7월18~19일로 예정된 지역 종합토론회도 찬반진영의 균형 있는 토론자를 확보하지 못해 공정한 의견수렴이 불가능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한 "산업부는 포화가 임박한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 확충에만 급급하다는 탈핵 진영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며 "보다 적극적이고 진솔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얻지 못한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위원회 운영 경험을 토대로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재공론화는 탈핵시민사회계를 포함해 사용후핵연료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논의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아울러 원전 산업정책 주관부처인 산업부가 아닌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기구에서 추진해야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탈핵시민사회계는 국민의 안전과 미래 세대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재공론화에 임해야 한다"며 "원전 소재 지역의 의견수렴을 위해 구성된 지역실행기구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 있도록 재구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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