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판문점선언 파기 행보…부속문서인 9·19 군사합의 위태

기사등록 2020/06/23 10:45:18

북한, 대남 확성기 재설치 등 판문점선언 위배

9·19 군사합의, 판문점선언 이행 위한 부속문서

군, 남북간 무력충돌 방지 위해 9·19 존속 강조

양무진 "판문점선언과 9·19 합의 국회 비준해야"

[파주=뉴시스] 고승민 기자 = 북한이 남북 접경지역 여러 곳에서 대남확성기를 재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22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접경지역 초소에 대남확성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인다. 2020.06.22.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 확성기를 다시 설치하는 등 판문점선언 파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판문점선언의 부속합의인 남북 군사합의를 지켜내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4·27 판문점 선언의 정식 명칭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다.

판문점 내용 중 최근 북한이 어긴 사항은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와 '당면하여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 등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확성기 철거는 판문점선언에 따른 가장 가시적인 성과였다. 북한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따른 보복 차원에서 판문점선언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판문점선언에 따른 부속합의인 이른바 9·19 남북 군사합의만이라도 존속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9·19 군사합의의 정식 명칭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로 판문점선언의 부속합의라는 점이 명시돼있다. 판문점선언이 흔들리면 9·19 군사합의 존속 역시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파주=뉴시스] 고승민 기자 = 21일 경기 파주시 일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에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보이고 있다. 2020.06.21.kkssmm99@newsis.com
정경두 국방장관은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9·19 군사합의에 위배되느냐는 질문에 "9·19 군사합의와는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군사합의와 관련된 내용은 직접적으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조치들을 한 사안이기 때문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관련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의 이 발언에서 9·19 군사합의를 존속시키려는 우리 군의 의지가 엿보인다.

2018년 잇따른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측면에서의 성과 중 하나는 접경지역 내 군사적 긴장 완화다. 이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9·19 군사합의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군으로서는 9·19 군사합의를 지켜내야 북한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판문점선언의 위기를 9·19 군사합의 자동적 파기로 여겨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3일 뉴시스에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군인들이 한 게 아니라 통일전선부 대남담당 부서가 한 것"이라며 "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군사 분야 합의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점도 주목해야 한다. 양 교수는 "북한이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를 운운하지만 실질적으로 파기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이) 무리하게 맞대응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성숙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측이 먼저 합의를 깼다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려면 우리 내부에서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비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양 교수는 지적했다.

양 교수는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되게 대북정책을 펼치려면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며 "큰 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얻고 그에 토대를 두고 전단살포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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