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기념행사 하루만에…與 긴급대책회의 분주
강한 유감 표명과 함께 당정 간 강력 대응 천명
판문점선언 파기에 국회 비준 동력 상실 불가피
여론 악화에 대북전단 금지 입법 등도 차질
민주당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남 비방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북한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으며 대북 유화 메시지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것도 당 차원에서 성대한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 지 하루 만에 현실화함에 따라 민주당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전날 21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에 송영길 의원을 선출한 민주당은 이날 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외통위 첫 회의를 열었지만 개회 2시간 만에 갑작스레 산회했다.
당초 외통위 전체회의는 민주당이 정부의 민간 대북전단 살포 대응 미흡을 질타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상황이 급변하면서다.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전해철 의원의 질의 도중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이석시킨 데 이어 질의가 종료되자 "긴급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지도부 차원의 긴급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외통위 소속 자당 의원들을 포함한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후 민주당은 강훈식 수석대변인을 통해 강한 유감 표명과 함께 당정 간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당과 정부가 긴밀하면서도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추가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한 각오로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남북관계 경색에도 대북 강경 메시지 대신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협력 메시지에 무게중심을 뒀다.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대표는 "우리가 인내심 가지고 꾸준히 추진하면 한반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으며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북한이 위협적 언사를 우리에게 잇달아 보내고 있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북한과의) 대화를 우리가 닫아선 안 된다"고 했던 터였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의 예고에도 설마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실제 폭파함에 따라 상황은 급변했고 민주당도 결국 강력 대응 메시지로 선회하게 됐다.
21대 국회에서 176석의 의석을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뒷받침한다는 민주당의 구상에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다. 민주당은 "남북관계 발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상 간 합의서의 법적 구속력을 갖추기 위해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추진하겠다"(김태년 원내대표)는 입장이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먼저라는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비준이 무산됐지만 민주당은 176석이라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21대 국회에서 비준을 밀어붙일 태세였다.
하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것은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파기한 것이나 다름 없어서 국회 비준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민주당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추진은 물론 대북전단 살포 금지 입법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여론 악화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주도한 범여권의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도 북한의 이번 행동이 있기 전부터 비판 여론이 있었던 터여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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