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방역팀 44% "감염 가능성 높아"…일반인보다 3.5배 위험 더 느껴

기사등록 2020/06/11 18:00:00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서울대 보건대학원 첫 조사

43.8% "내 감염 가능성 높아"…일반시민보다 3.53배↑

6명중 1명은 당장 도움 필요할 정도 스트레스 심각상태

하지만 83.4% "사태 계속되는 한 주어진 일 계속할 것"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 한낮 기온이 31도를 기록한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보건소에서 한 의료진이 방역복을 벗고 있다. 2020.06.11.  misocamera@newsis.com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과 방역 담당자 44%가 "내가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해 일반 시민보다 3.53배 감염 위험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6명 중 1명은 당장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10명 중 4명이 사태 초기부터 현장에 투입됐을 정도로 심신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응답자의 77%는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맡은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과 공동으로 '1차 경기도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 인식 조사' 주요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조사는 5월18일부터 31일까지 확진 환자 진료 공공의료기관 8개 병원과 민간 11개 병원, 경기도내 46개 보건소, 경기도청 소속 및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 등 1880명 중 조사에 참여한 11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의료·방역 대응팀 응답자의 절반인 50.1%가 현재 근무지가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안전하다는 응답률은 49.9%였다. 응답자의 체감 안전도는 현장대응기관 소속 근무자가 4점 만점에 2.38점으로 의료기관(민간 2.45점, 공공 2.56점)보다 낮았다.

일반 시민과 비교했을 때 의료·방역 대응팀 근무자들은 감염 가능성을 높게 봤다.

주관적 감염 가능성이 높다(매우 높다+높다)고 답한 의료·방역 대응팀 응답자 비율은 43.8%로 비슷한 시기(5월18일~26일) 경기도민 258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2.4%가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약 3.53배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으로 인해 생길 건강 영향 및 기타 피해 등 결과가 심각하다(매우 심각+심각)고 답한 의료·방역 대응팀 응답자는 68.1%로 이는 일반인(73.5%)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종식 전망에 대해서도 의료·방역 대응팀은 상대적으로 비관적이었다. 응답자의 73.0%는 코로나19가 인류와 장기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인류 노력으로 종식될 거란 응답자는 27.0%였다. 일반 경기도민의 42.8%가 종식을 전망하고 57.2%가 장기 공존할 것이라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훨씬 컸다.

조사를 설계한 유명순 교수는 "선제적 검사 및 치료로 국민 안전에 이바지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바이러스 노출 취약층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역의 현장대응기관에 투입된 인력의 체감 안전도가 낮은 것, 즉 높은 위험을 인지하면서 매일 일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체감 안전도를 높일 방안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 한낮 기온이 31도를 기록한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보건소에서 한 의료진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2020.06.11.  misocamera@newsis.com
코로나19 대응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13개 문항으로 구성된 학술적 도구(PDI, peritraumatic distress inventory)로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한 결과, 6명 중 1명 정도인 16.3%가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28점 이상)로 나타났다. 재모니터링이 필요한 집단(7점~28점)은 73.0%였다. 후속 관찰이 필요 없는(7점 이하) 집단은 10.7%에 불과했다.

즉각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보면 업무 유형별로 환자 대면·침습 업무자인 경우가 50%였고 공공의료기관인 경우도 43.6%였다. 여성(89.5%)과 30대(43.1%), 간호사(57.5%)일수록 스트레스 정도가 심했다.

의료·방역 대응팀이 느끼는 스트레스 1위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2.77점)였으며 '슬픔과 비애'(2.15점), '뭔가를 더 할 수 없는 좌절과 분노'(1.82점) 순이었다.

스트레스 3대 유발 요인은 육체적 피로(45.3%)와 민원 대응(44.4%), 추가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인센티브) 부재(41.4%) 등이었다.

정신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힘들다는 건 이번 조사를 통해서도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응답자의 41.7%는 코로나19 업무 참여 기간이 '3개월 이상~4개월 미만'에 달했다. 조사 시점이 5월 중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진 2월 중순부터 대응에 투입된 셈이다. 이어 1개월 이하(21.8%), 2개월 이상 3개월 미만(21.5%), 1개월 이상 2개월 미만(15%) 순이었다.

건강 상태에 대해 0점 '변함 없음', 10점 '매우 나빠짐' 순으로 물었더니 5점을 기준으로 '변화가 없다'(0~4점)는 47.2%, '나빠졌다'(6~10점)는 37.5%였다. 건강이 나빠졌다고 답한 417명 중에는 여성이 87.1%로 많았고 나이대별로는 20대(39.3%)와 30대(32.9%), 의료기관(공공 34.0%, 민간 24.5%)보다 현장 대응기관(41.5%)이, 직종별로는 간호사(47.7%)와 보건소 공무원(36.9%)이 많았다.

현장에선 업무 환경도 열악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줬을 때 '개인 보호구 등 필수 안전 장비 제공'(6.24점)과 '안전을 위한 훈련과 교육'(5.71점)을 제외하면 다른 항목은 5점에 못 미쳤다.

'스트레스나 번아웃(소진) 등 재난심리지원'이 3.52점으로 가장 낮았고 '초과 근무 등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3.98점) 등은 4점이 채 안 됐고 '교대 인력 등 추가 인력 지원'(4.26점), '식사 및 휴게 시간'(4.78점) 등도 5점을 밑돌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료·방역 대응팀은 주어진 업무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나는 코로나19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내가 맡은 일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문항에 77.0%는 '그렇다'고 답(23.0% 아니다)했고 '나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한 내게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문항에는 83.4%가 '그렇다'고 답(16.6% 아니다)했다.
 
현장의 의료진과 방역 대응 근무자들은 10명 중 9명 이상이 '내 일의 책임에 대해 알고 있다'(94.2%), '내가 맡은 일은 중요하다'(90.0%)고 답해 높은 책임 의식을 볼 수 있었다.

82.2%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내가 하는 일은 변화를 만들어 낸다', 85.9%는 '나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도 내 의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답해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한 변화에 대한 자신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순간 634명이 같은 현장의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를 보면 '힘내'라는 빈도가 230회로 가장 많았고 '파이팅'(97회), '고생'(70회)이나 '힘든'(48회)과 같은 현재 업무의 어려움을 표현한 내용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50회)자는 격려도 전했다.

유명순 교수는 "생활방역은 방역과 감염병 치료가 자신의 업무 일상인 전국의 의료진 및 방역 팀 없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이들 인력의 업무 환경이 더욱 안전하고 더욱 공정하도록 사회적 투자와 지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영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최근 수도권의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많은 의료진과 방역인력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클 것이고 많은 진단과 검사 또한 방역인력에게 큰 업무 부담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며 "2차 조사도 수행할 계획에 있으며 무엇보다 해당 결과들이 지자체 지원방안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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