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어지는 김정은 잠적, 무슨 생각하고 있나

기사등록 2020/05/13 11:23:20

'새로운 전략무기 선보일 것'이라는 연말 공언

실행 시기와 효과 따져보고 있을 가능성 커

'코로나 19 한사람도 없다'던 주장 사라지고

군부 등 집중검열 소문… 내정문제 때문일 수도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5.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달 20일 동안 잠적했다가 지난 1일 깜짝 등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재차 '잠적'한 시간은 아직 2주가 채 안된다. 그러나 김위원장의 잠적은 여러가지 면에서 불안요소다.

지난달 김위원장의 사망설까지 돌았던 것을 상기한다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 정부는 '특이동향 없다'는 말로 김위원장 신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전세계 언론과 소식통들은 우리 정부의 그런 입장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심장 시술 등 각종 루머가 난무하다가 심지어는 사망설까지 돌았었다.

결국 김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이 깜짝 등장하면서 루머는 잦아들었지만 그 뒤에도 김위원장의 '후계자'에 대한 각종 추측과 김위원장 유고시 준비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졌다.

김위원장의 잠적이 일으키는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김위원장의 행방을 국제사회가 긴장된 시선으로 살피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지난 연말 김위원장이 '이제 세상은 곧 멀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 보게될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까지도 김위원장의 공언을 실행하지 않았다.

'새로운 전략무기'가 완성되지 못해서일까? 아닐 것이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준비해왔다.

새로운 전략무기로 이들 핵미사일 이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예컨대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파괴무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생화학무기는 핵미사일에 비하면 파괴력이 크게 못미치며 북한의 전략적 군사력을 홍보하는 효과도 떨어진다. 오히려 새로운 비난 거리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북한이 선보일 새로운 전략무기는 ICBM 또는 SLBM일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도 몇차례 시험발사를 했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무기'가 아닐 수 있지만 이들 무기의 성능을 크게 개량하고 실전 배치하는 단계에 와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이처럼 만반의 준비가 끝났을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큰 혼란에 빠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전세계가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이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이 찾아마지 않는 '희생양(scape goat)'이 될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은 이번 코로나 19 팬데믹의 최대 피해국이다. 감염자가 135만명에 사망자가 8만명이다. 그러자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에 대처를 잘 못해서 미국이 최대의 피해국이 됐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며 언론과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자신을 향한 비난을 잠재우는데는 역부족이다.

이런 시기에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 도발'을 감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심 반길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ICBM을 발사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최대 외교적 업적이라고 자랑해왔다. 나아가 자신만이 북한과 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 도발을 한다면 그의 자랑은 모두 물거품이 될 위험성이 크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보다 코로나 19 때문에 받는 비난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어느때보다도 최악이다. 

이런 시점에 북한이 전략무기 도발을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위기를 돌파할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북한을 향해 최대의 정치적, 군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긴장을 크게 높여 새로운 위기를 조성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북한 역시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시기와 효과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위원장 사이의 개인적 친분을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부터 따져볼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북한은 이미 결론을 내린 듯하다. 지난 3월22일 김여정이 발표한 담화문에서 북한은 트럼프가 코로나 19 방역과 관련해 지원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사의를 밝히면서도 두 사람의 친분관계에 따라 양국관계를 결정짓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위원장 사이의 친분관계를 당장 깨트리고 나서진 않겠지만 언제든 적절한 시기가 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미국이 김위원장의 '잠적'이 길어지자 이례적으로 수많은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워 샅샅이 뒤진 것도 북한의 이런 입장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북한 김위원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내 코로나 19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것을 축하했다.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2차대전 승리 75주년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일단은 통상적인 외교행위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그런 행보의 이면에는 중국,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이 미국과 갈등하는 상황이 빚어질 경우 편들어 달라고 은근히 요청하는 셈이다.

북한은 지금 코로나 19로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식, 비공식 경제교류의 대부분을 중국 및 러시아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19로 두나라와 국경을 봉쇄한 때문에 일부 물자 결핍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 도발'을 감행했을 때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비호하지 않고 배척한다면 북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반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한 입장이 미국과 북한이 갈등하는 상황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북한으로선 얼마든지 '새로운 전략무기 도발'에 나설 수가 있게 되는 셈이다.

북한은 전략무기 도발이 트럼프의 재선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지 아닐지를 두고도 저울질을 할 것이다.

북한은 가급적 트럼프가 재선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역대 미국대통령 가운데 트럼프처럼 북한의 지도자를 지위를 높여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은 트럼프가 더이상 쓸모가 없어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략무기 도발'을 통해 충격을 가하는 것이 여러모로 북한에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볼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가 떨어지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북한은 상당기간 미국과 대결 국면을 각오해야 할 상황이기에 북한이 보유한 카드를 최대한 키워놓는 것이 앞으로의 협상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핵개발 과정에서 북한의 트레이드마크인 '벼랑끝 전술'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다.

미 대선이 끝난 직후 사단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어차피 미국의 새 당선자와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면 미리 카드를 키워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그리고 북미관계는 미묘한 국면이다.

한편 김위원장의 잠적을 두고 우리 국가정보원은 지난주 국회에 이런저런 사안을 챙기고 있다고 보고했었다. 김위원장이 북한의 내정 문제를 처리하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코로나 19 상황이 북한이 주장해온 것과 달리 상당수의 환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주전까지도 매주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코로나 19 환잔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강조했으나 그런 기사가 사라졌다. 또 김정은이 지난달 잠적했을 때도 코로나 19로부터 피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국회에서 밝히기도 했다.

또 일부 북한 전문 매체들은 북한군에 대한 집중검열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밖에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이후 북한 매체에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코로나 19에 감염됐을 수도 있고 뭔가 책임질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일들이 김위원장의 반복되는 '잠적'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