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사 등에 10조 한도로 대출 나선다
"회사채 시장 불안, 금융사 자금사정 악화 대비"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한국은행이 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특별 대출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은이 금융사에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에 나서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회사채 시장 불안과 금융기관의 자금사정 악화 우려에 대비해기 위해서다.
한은은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에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최장 6개월 이내로 대출해주는 '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자금 수요에 따라 일정 금리로 즉시 대출해줘 금융사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다. 다음달 4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한도 내에서 운용한다. 향후 금융시장 상황과 한도소진 여부에 따라 연장과 증액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은법 80조 근거해 증권사에 직접 대출
한은은 이번 방안을 한은법 제64조와 제80조 등에 근거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와 보험사 등 영리기업에 직접 대출을 내주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법 제80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비은행금융기관 등 여리기업에 대출을 해줄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은이 은행이 아닌 곳에 대출을 해 준 적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뿐이다. 다만 당시에는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대한 대출이었고, 일반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건 아니었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 위기 때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까지 덮친 증권사들의 자금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대출에 대해서도 회사채를 담보로 하는건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한은은 "비상 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 장치로 대기성 여신제도를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라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 회사채로 담보 한정…효과는?
대출금리는 통화안정증권(182일) 금리에 0.85%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으로 정해졌다. 이번 특별대출제도 활용시 금리는 1.5%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금리 수준에 비춰 높지 않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대상 기관은 국내은행 16곳과 외은지점 23곳, 증권사 15곳, 한국증권금융, 보험사 6곳이다. 증권사는 한은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 RP매매 대상기관, 국채전문딜러(PD) 중 하나에 포함돼야 하며 보험사는 한은과 당좌거래 약정을 체결하고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이어야 한다.
당초 한은은 증권사에 대한 직접 대출을 고려해왔만, 이번 조치가 특정 업권에 대한 지원보다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한 점을 고려해 은행과 보험사까지로 대상을 확대했다.
담보는 일반 기업이 발행한 잔존 만기 5년 이내 우량등급(AA- 이상) 회사채다. 한은은 우량 회사채만 담보로 한정 지은 것에 대해 "회사채 시장 안정을 지원하는게 불가피하지만, 국민에게 부담을 주게되는 중앙은행의 손실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량 회사채 시장이 개선되면 비우량 회사채, CP시장의 어려움이 완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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