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 1940년에는 올림픽 개최권 '반납'
1, 2차 세계대전 등으로 하계·동계 올림픽 총 5차례 취소
사스·지카바이러스 유행에도 취소된 적은 없어
미국과 유럽의 주요 리그는 모두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나아가 오는 7월 예정인 도쿄올림픽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연기나 취소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도쿄올림픽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까.
▲세계 스포츠 마비시킨 코로나19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병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중국 본토에서 8만 명 이상이 감염됐고, 사망자는 3000명을 넘어섰다.
한국, 일본 등 인접 국가로 확대되더니 이제는 북미와 유럽도 걷잡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이탈리아는 중국 다음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결국 지난 12일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적인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등과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확진자가 나오며 모두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시범경기 일정을 멈춘 미국프로야구(MLB)는 개막을 2주 뒤로 미뤘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와 미국프로축구(MLS)도 중단됐다.
▲"도쿄올림픽 취소는 없다"는 일본
올해 7월 일본 도쿄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린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일부 종목의 예선 일정이 꼬이는 등 정상 개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달 초부터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IOC와 조직위원회에서 의미 있는 '코멘트'들이 나왔다. 종합하면 '일단 정상 개최를 원칙으로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감염이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과 북미로 급속히 퍼지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에는 청정지역이었던 아프리카 대륙마저 확진자가 늘어나는 기류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보건 체계가 열악해 감염자 급증의 우려가 더 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예정대로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기나 중지를 전제로 한 영향 등에 대한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IOC도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IOC와 조직위원회 일부에서 연기론과 무관중 경기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12일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13일 코로나19 여파속에서도 도쿄 올림픽을 향하는 성화 채화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이뤄졌다. 애초 무관중으로 19일까지 그리스내 성화 봉송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몰려드는 관중으로 봉송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섰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부흥올림픽'이라고 명명했다.
무엇보다 막대한 경제 손실이 예상된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세이메이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이 무산될 경우, 경제 손실 예상액은 2조6000억엔(약 29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SMBC 닛코증권은 7조8000엔(약 89조4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추산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1.4% 하락하며 경제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80년 전에도 도쿄올림픽 개최 취소돼
공교롭다. 일본은 과거 다른 이유로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음에도 열지 못한 경험이 있다.
1937년 발발한 중일전쟁으로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게되자, 1938년 일본 의회가 194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각각 연기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IOC는 1938년 7월 일본의 올림픽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회 개최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하계올림픽은 1940년 7월 핀란드 헬싱키로 개최지가 변경됐으나 2차 세계대전 발발로 대회가 결국 열리지 못했다.
1940년 동계올림픽은 스위스 생모리치를 거쳐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개최지가 넘어갔지만 마찬가지로 대회는 개최되지 못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지속되면서 1944년 런던올림픽(하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올림픽(동계) 역시 열리지 못했다.
8년만에 재개된 1948년 하계 올림픽은 1944년 대회 개최가 취소된 런던에서 열렸다.
1912년 7월 베를린이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후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당시에만해도 독일은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수년간 전쟁이 계속되면서 IOC는 결국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 베를린은 20년후 1936년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이 대회는 손기정 옹이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대회로 우리에겐 역사적인 올림픽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1896년 이후 올림픽이 취소된 것은 총 3차례다. 동계 올림픽을 포함하면 모두 5차례다.
올림픽이 감염병의 영향을 받은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취소된 적은 없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동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하계)을 앞두고 각각 사스와 지카 바이러스 유행으로 일부 선수들이 불참하긴 했으나 대회는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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