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28번환자 '잠복기 초과' 아닌 '감염 후 무증상' 무게

기사등록 2020/02/12 19:11:09

명지병원 의료진 "잠복기 14→24일 확대 근거 약해"

12일 명지병원서 열린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 치료 경과보고 간담회.
[세종·고양=뉴시스] 임재희 이경환 기자 = 통상적인 잠복기 14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남겼던 국내 28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에 대해 담당 의료진은 '잠복기 내 감염'에 무게를 실었다.

양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건 진통소염제를 복용했거나 증상이 가벼워 환자가 감염 이후 느끼지 못한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앞서 지난 10일 진단 검사 양성 판정을 받은 이 환자는 3번째 환자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함께 입국해 국내 동선이 거의 일치하는 밀접 접촉자로 최대 잠복기간을 넘겨 최종 확진 판정이 나왔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위급 전문가팀 팀장이자 중국공정원 원사인 중난산(鐘南山) 연구팀 주장처럼 이번 코로나19의 최대 잠복기가 24일에 달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제기된 건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강원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일 "엄밀히 잠복기는 노출된 시점부터 첫 증상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이라며 "28번째 환자는 첫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잠복기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증상이 없고 영원히 증상이 안 나타날 수도 있다"며 "몸속에 바이러스가 있다가 없어지는 무증상, 불현성 감염이라고도 한다"고 덧붙였다.

불현성 감염(inapparent infection)이란 병균이 몸 안에 들어갔지만 잠복기가 지난 후에도 겉으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해 흔히 '무증상 감염'이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무증상 감염' 하면 떠올리는 것처럼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코로나19에 감염돼 증상이 나타났지만 환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28번째 환자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환자 본인이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는 게 된다.

의료진은 그 이유를 증상 자체가 가벼웠거나 수술 이후 이 환자가 복용했던 진통소염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달 20일 입국 이후 21일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28일까지 진통소염제를 복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교수는 "경미한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 첫 증세가 언제 발현됐는지 인지를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수술 이후에 진통 해열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 증상이 낮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잠복기가 일반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인 14일을 초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당장 방역 대책을 14일에서 24일로 확대해야 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다는 견해다.

최 교수는 "14일이 절대적이지 않아 (잠복기가) 더 길 수도 있지만 이런 긴 잠복기를 인정하고 방역 대책이 여기에 따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재차 "28번째 환자는 무증상 감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거듭 "이 환자가 잠복기가 긴 환자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무증상 감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28번째 환자로 확인된 이 환자는 31세 중국 여성으로 3번째 환자(54세 남성, 한국)의 지인이다. 두 사람은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할 때부터 국내 동선이 비슷했는데 마지막 접촉일은 지난달 25일로 현재까지 확인되며, 3번째 환자의 확진일은 26일이다.

이 환자는 3번째 환자 확진일로부터 14일째인 이달 8일 한 차례 검사를 받았으나 양성과 음성 경계선상의 값이 나오면서 재검이 이뤄졌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건 두 차례 검사가 끝난 이달 10일로 격리 시점으로부터 16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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