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촉즉발' 美· 이란 사이서 불안한 균형 잡기

기사등록 2020/01/06 23:21:01

EU, 이란 외무 초청...나토, 긴급 회의 소집

유럽, 편들기 자제하며 긴장완화 ·핵협정 준수 촉구

[포트웨인=AP/뉴시스]4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의 앨런 카운티 법원 앞에서 포트웨인 평화주의 운동가들이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01.05.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유럽이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긴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빠진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불안한 균형 잡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이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 회동을 제안한 데 이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도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6일(현지시간) 개최한다.
 
RFI, 테헤란타임스 등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대표는 중동 정세와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리프 장관을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 초청했다.
 
보렐 대표는 지난 4일 트위터에서 "이란 외무장관과 최근 상황을 논의했다. 자제를 발휘해 추가 긴장 고조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제 안보에 긴요한 JAPOA 유지의 중요성을 논의했다"며 "나는 조율자 역할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 안보 체제인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6일 회원국 대사들의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나토는 지난주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자 이라크 주둔군의 훈련 활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미국은 이란의 역내 미군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예군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
 
이에 이란은 보복 공격을 경고하고 JCPOA 이행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주요 6개국(P5+1.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과 이란은 2015년 JCPOA를 체결하면서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단념하고 서방은 이란 제재를 해제키로 약속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이란의 비밀리 핵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JCPOA를 파기하자 이란은 서서히 핵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여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이 솔레이마니 피살 이후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 역내 주둔군이 위험에 처하는 것은 물론 난민 위기가 또 다시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유럽국들이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를 환영하기 보다는 이번 일로 역내 폭력 사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우선적으로 표명한 데 실망감을 표출했다고 전해졌다.
 
유럽국 정상들은 미군 공습 직후 미국과 이란 모두에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유럽국들은 반이란 움직임에 동참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를 회피하는 한편 미국 공습을 당한 이란을 옹호하는 일도 자제하고 있다.
 
WSJ는 유럽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제재와 이란 정권의 이웃국 내정 간섭 모두를 비판하면서 어느 한쪽 편들기를 꺼려 왔지만 역내 정세가 악화되면 둘 사이의 문제에 더욱 깊이 끌려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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