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0]한국당 중심 보수통합 '흐림'…안철수는 '중도' 승부수

기사등록 2020/01/05 06:00:00

안철수 복귀, 한국당의 재입당 허용에 통합론 급물살

한국당 중심 통합은 미지수…"안철수 응하지 않을 것"

安, '좌우 양당 심판론' 중도정치로 승부수 띄울 전망

황교안은 장외집회 주력 등 오른쪽, 오른쪽으로만

"이회창식 제왕적 리더십…민심 수용 않고 투쟁만"

"선거법 생각하면 통합보다 '쪼개기' 유리" 지적도

결국 '보수 대통합' 대신 '우파 춘추전국시대'로 가나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2019.12.31.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최서진 기자 = 오는 6일이면 4월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다. 국회 내의 여야 대치가 날이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그런 와중에 보수야권에서는 '대통합' 논제가 변화의 기점을 맞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주축으로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통합이 논의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국민 염원과 명령을 받들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과 정치적 통합을 본격 추진하겠다"며 보수대통합을 예고했다.

이후 실질적 진전은 없이 줄곧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졌다. 통합과 관련된 당내 논의기구와 외부 협의기구를 만들어 활동하겠다고 밝혔으나 수면 위로 올라온 성과는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보수통합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이후 해외에 머문 지 1년4개월 만이다.

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하는 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 2018.07.12. photo@newsis.com

마침 같은 날 한국당은 재입당을 희망하는 인사에 대한 입당을 전면 허용한다며 당의 문을 활짝 열었다. 황 대표는 "그동안 입당이 보류되었던 분들에 대한 재입당 허용을 결정했다"며 "(보수)대통합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로 한국당은 과거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던,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조해진·류성걸 전 의원 등의 복당을 허용하게 된다.

안 전 대표의 복귀와 한국당의 재입당 허용 등이 보수통합에 결정적인 변곡점이 될지가 주목된다. 한국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제 방법은 '닥치고 통합'"이라는 발언까지 나오는 등 당내 통합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말하는 통합의 대상이나 가치관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아, 결국 보수대통합보다는 '보수 우파 춘추전국시대'가 열리지 않겠냐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 대표는 최근 새로운보수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듯한 뉘앙스를 비쳤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유 아무개'라고 칭하고 "통합 얘기를 할 때마다 유 아무개를 꼭 거명하며 질문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통합은 큰 통합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한국당 중심 보수야권 재편 작업에 합류해줄지는 미지수다. 성사 확률이 크지 않은 이야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복귀선언 당시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 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 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며 거대 양당을 동시 저격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우리 쪽으로 오겠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는 것을 보고 중도를 노리고 복귀 선언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게 보면 황 대표와 방향이 너무 다르다"며 "한국당 쪽에서 러브콜을 한다 해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 2018.06.14. photocdj@newsis.com
안 전 대표는 결국 '양당 심판론'을 선택해 중도정치를 지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한국당이 장외집회와 원내 투쟁에도 실패를 반복하며 갈수록 '극우화'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는 가운데 굳이 통합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에 복귀해 당을 재편하는 데 본인이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총선은 양당 체제에 대한 심판도 맞물려 있어서, 제3의 정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두 정당을 함께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을 안 전 대표가 이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황 대표는 최근 국회로 난입한 태극기 부대를 지휘하는 등 급격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을 장악하는 힘도 강화하고 있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모두 내려놓고 수평적 협의를 해야하는 통합을 이루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황 대표의 생각은 '내가 중심이 되어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표직을 활용하면서 본인 주도로 대통합을 하고, 마음 같아서는 유승민과 안철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과 통합하고 싶을 것"이라며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또한 "황교안 대표를 보면 이회창식 제왕적 리더십이다. 하나님과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지금 민심은 낡은 것을 혁파하기를 요구하는데 한국당은 수적 셈법을 하고 있다. 민심을 수용하는 일에는 손 놓고 강경투쟁만 하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2019.12.17. photo@newsis.com
결국 보수통합을 위해 밀고 당기기에 몰두하기보다는 궁극적인 총선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 '연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정 선거법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당 통합보다 '쪼개기'가 실속 있을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은 지금 의미도 없다. 오히려 비례당을 만드는 등 있는 정당도 쪼개는 상황 아니냐. 바뀐 선거법에서는 나눠서 담아야 위험분산이 된다"며 "예를 들어 유승민이 나가면 그 지역은 한국당이 후보 출마를 보류하거나 하는 연대를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은 그것을 알기에 안철수나 바른미래당에게 들어오라고 이야기를 안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선거법을) 만들었기에 분산되는 게 낫다는 걸 아는 것"이라며 "통합하면 망한다는 것을 민주당은 아는데, 보수는 옛날 사고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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