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韓 아동포르노 법정형 낮지 않지만 실제 처벌형량 낮아 문제"

기사등록 2019/12/22 09:00:00

"국민 법감정 부합하는 법원 양형기준 시급히 마련해야"

죄질 심각하면 신상공개 검토해야…몰수·추징 규정 개선

다크웹 함정수사 또는 해킹기술 활용 등 입법 검토 필요

[서울=뉴시스]국회입법조사처 전윤정·최진응 입법조사관은 22일 '이슈와 논점'을 통해 각국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규정을 비교하고 "한국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왔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하고는 법정형 수위가 낮지 않다"고 분석했다. 2019.12.22. (자료=이슈와 논점 발췌)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최근 논란이 된 다크웹(Dark Web) 아동포르노 유통·소지 처벌과 관련해 한국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대한 법정형은 낮지 않지만 실제 법원에서 선고하는 형량은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윤정·최진응 입법조사관은 22일 '이슈와 논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다크웹상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규제 현황 및 개선과제'를 발간했다.

다크웹은 일반 검색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없는 특수 프로그램으로 접속하는 웹 브라우저다. IP 추적과 익명성이 보장돼 마약과 불법 음란물 등이 주로 유통되는 창구로 지목받고 있다.

최근 손모씨는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통사이트를 다크웹을 통해 개설해 2년 8개월간 4억여원의 범죄 수익을 남겼다. 지난해 적발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청원이 제기돼 3일만에 답변 기준선인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규정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왔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하고는 법정형 수위가 낮지 않다.

미국은 아동 음란물 전송과 배포, 판매 등에 대해 5년 이상 20년 이하 징역 또는 별금을 함께 부과하도록 한다. 단순 소지만 해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이 부여하는 등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과 캐나다, 독일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법 수위는 한국보다 눈에 띄게 강하진 않다. 제작이나 배포, 상영을 위해 소지했을 경우 영국, 캐나다, 독일 모두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한다. 단순소지시 영국은 6월 이하 징역 또는 벌금, 캐나다는 6개월 이상 5년 이상 징역, 독일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한다.

한국은 아동 음란물 제작이나 수입·수출 시 5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형을 한다. 영리목적으로 판매하거나 배포, 상영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을, 단순 배포나 제공, 상영 시 7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여한다. 알선하면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단순 소지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한국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통을 매개하는 인터넷플랫폼에 대해서도 책임 해태한 관리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여한다.

전윤정·최진응 입법조사관은 "다만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실제 처벌형량이 낮고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대한 정의 규정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처벌 조항 문구에 대해 "'그 밖의 성적행위' 내용이 적시되지 않고 있으며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 대상과 범위가 모호해 수사와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대한 정의 및 기준이 모호할 경우 효율적인 경찰 수사뿐만 아니라 처벌 강화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면서 규정상 정의와 기준을 구체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에는 합리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법조사관들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유통(판매, 배포, 광고, 수입, 수출)·소지와 관련해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법원의 양형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아동·청소년음란물을 영리 목적으로 유통해 범죄수익을 확보했거나 제작자 등의 죄질이 심각한 경우에는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범죄수익 등의 몰수·추징 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 4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아동·청소년음란물로 인한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이 가능해졌지만, 다크웹의 경우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현재 암호화폐 몰수 절차와 방법, 몰수한 암호화폐의 처분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두 입법조사관은 "익명성에 기반한 다크웹 수사를 할 경우 공개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수사가 어렵다"며 함정수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수사관에 의한 해킹, 악성코드 등 기술적 수단을 활용해 다크웹상 아동·청소년음란물 유통 등 범죄행위의 수사 및 감시가 가능하도록 입법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합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선진국들은 실무적으로 함정수사 기법을 활용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함정수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실무와 학계에서 인정여부나 인정범위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두 입법조사관은 마지막으로 "인터넷상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통에 대한 전담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국가·인터넷기업·시민단체 등 국제 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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