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33년만에 정신병원서 발견…법원 "국가배상하라"

기사등록 2019/11/30 08:00:00

대한민국·해운대구 상대 손배소 승소

원고 일부 승소…2000만원 배상 판결

법원 "피고 위법행위로 정신적 고통"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실종 33년 만에 정신병원에서 발견된 장애인에 대해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송인우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정신장애 2급 홍모(60·여)씨가 대한민국과 부산 해운대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홍씨에게 공동으로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2015년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홍씨를 원고로 내세워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후 4년만에 나온 법적 판결이다.

송 부장판사는 "피고들의 위법행위로 가족을 찾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연락이 단절된 채 병원에 수용보호돼 있던 홍씨가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므로 피고는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홍씨의 가족들이 가출 또는 실종신고를 하지 않고 유전자를 등록해두지 않아 국가가 1991년께부터 홍씨의 인적사항을 입력해 수배를 했으나 유전자 대조 등 신원조회가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들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홍씨를 장기간 입원치료하며 보호했고, 홍씨가 자신의 이름을 김씨로 말하고 인적사항이나 연고자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위자료 액수를 2000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1980년 1월께 직장을 구하겠다며 집을 나가 3월께 광주에서 친언니에게 전화를 한 뒤로 연락이 두절됐다가 2013년 12월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발견됐다.

홍씨는 1982년 6월 정신분열증 행려환자(떠돌아다니다가 병이 들었으나 치료나 간호해 줄 이가 없는 사람)로 부산 남구청에 인계돼 정신병원에 수용됐으며 1996년부터는 부산 해운대구청의 보호관리를 받아왔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부터 각 의료급여보장기관에 '행려환자에 대해 6개월마다 1회 이상 연고자 재확인을 실시하고 필요에 따라 지문조회를 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부산 해운대구청은 2007년이 돼서야 비로소 대화가 어려운 중증환자에 대해 신원조회를 의뢰하기 시작했다.

또 경찰은 2007년까지 홍씨에 대해 지문조회 등 신원조회를 하지 않았고 이후 2차례 지문조회를 시도했으나 잘못된 방식으로 인해 신원확인에 실패했다.

결국 홍씨는 실종 33년만인 2013년 12월이 돼서야 신원이 확인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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