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접촉금지·브리핑 폐지 강행…깜깜이 수사 현실화

기사등록 2019/11/29 16:59:05

오보 시 검찰청 출입 제한 등 내용 삭제돼

언론·검찰 접촉 '원천' 금지 등 조항 그대로

권력 견제 및 검찰 감시 기능 등 약화 우려

[서울=뉴시스] 나운채 기자 = 법무부가 오는 12월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규정을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법무부는 오보를 한 기자 등에 대한 검찰청 출입 제한 조항을 삭제하고, 포토라인 설치도 금지가 아닌 '제한'으로 개정하는 등 규정을 완화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위 '티타임'이라 불리는 검찰 구두 브리핑을 폐지하고, 기자와 검사와의 접촉을 금지하는 등의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어 '깜깜이 수사' 등의 문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약화 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제정된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오는 12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29일 밝혔다.

애초 이 규정에는 오보 대응 및 필요 조치로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서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이 검찰청 출입 제한 등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언론계뿐만 아니라 국회·정부 부처 등에서도 검찰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오보를 규정할 수 있다거나 언론 취재가 원천 봉쇄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법무부는 논의를 거쳐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 부분을 제외했고, 출입 제한 조치 규정도 삭제했다.

아울러 검찰청 내 포토라인 설치 금지 조항도 '제한'으로 개정하는 등 규정을 완화했다는 게 법무부 측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이 규정에 남아있는 조항들로 인해서 향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알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되거나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 및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예로 이 규정에는 전문공보관 외 검사나 수사관은 기자 등과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고, 형사사건 내용을 언급하지 않도록 한 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다. 검찰의 구두 브리핑 또한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공보자료 등과 함께 부분적으로만 공개된다.

이른바 밀실·봐주기 수사 등 검찰의 사건 처리가 부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의 역할이 대폭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에 언론계 등에서는 해당 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청했고, 법무부 측에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결국 원안대로 유지됐고, 법무부 측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훈령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여전히 남아있는 조항들도 반(反)헌법적인 요소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인권 보호 측면도 고려돼야 하겠지만, 언론 취재의 자유 및 국민 알 권리에 대한 보완 장치는 없다"며 "그럼에도 법무부가 규정 시행을 강행한 것"이라고 평했다. 지방의 한 검사도 "개정 규정에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시행 이후에도 언론계 등과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규정 수정 가능성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na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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