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특활비 전달은 국고손실"…MB에 직격탄

기사등록 2019/11/29 06:30:00

대법 "특활비 관련 국정원장 회계관계직원"

박근혜와 국정원장들 국고손실 유죄 취지

최초 판시로 하급심 기준…같은 판결날 듯

이명박도 특활비 관련 국고손실·뇌물 재판

국고손실 유죄·뇌물 무죄 1심 그대로 전망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36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2019.10.21.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와 관련, 대법원이 국정원장들을 회계관계직원으로 인정하고 국고손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현재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특활비 집행에 관해 국정원장이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는 판시를 처음으로 명시했다. 원심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는 특활비 성격상 국정원장이 직접 그 사용처나 지급 시기, 금액 등을 확정하고 실제 지출하는 데 관여한다는 점이 주요 근거가 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는 회계직원책임법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 또는 지자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해 죄를 범한 경우에 가중처벌한다. 회계직원책임법에는 회계관계직원을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박 전 대통령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해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이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국고손실 혐의 유죄가 확정됐다.
 
다만 뇌물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중 지난 2016년 9월 이병호 전 원장으로부터 받은 특활비 2억원에 대해서만 뇌물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전 원장에게 국정원 자금 교부 중단을 지시했지만 그가 자발적·적극적으로 특활비를 건넸고, 기존에 받아왔던 돈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0월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0.16.  myjs@newsis.com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로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 사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과 2010년에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통해 각 2억원씩 받아 국정원 특활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전 원장에게 2억원을 직접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을 통해 받은 4억원에 대해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돼 국고손실을 입혔다고 볼 수 있고, 이 전 대통령도 공범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뇌물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항소심에서 다투고 있는 상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회계관계직원' 의미는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해 금전출납을 직접 담당하는 실무자에 국한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해당 조항은 의미가 불분명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추상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국고손실죄 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국정원장은 특활비 관련 회계관계직원이라는 대법원 판결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은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판시를 분명히 함으로써 하급심에 관련 판결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특활비 관련 재판들도 유사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돼 있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원장의 특활비 재판도 아직 1·2심이 진행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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