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6년 숙원사업 무산될까...한남3구역 총회 '살얼음판'

기사등록 2019/11/28 17:00:02 최종수정 2019/11/28 19:33:12

조합원들 "피가 말라...빨리 해결됐으면"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정기총회가 열린 28일 서울 용산구 한 교회에서 조합원들이 입장을 하고 있다. 2019.11.2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사상 초유 '입찰 무효'라는 철퇴를 맞은 후 처음으로 열린 총회에 참석하는 서울 용산 한남3구역 조합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28일 오후 총회가 열리는 용산 천복궁교회 앞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일정에 차질에 생기게 된 것에 대해 속상함을 토로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 2003년 뉴타운사업으로 지정된 후 16년째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한남3구역에 포함되는 보광동에 거주하다 현재는 동대문구 회기동으로 이사한 한 60대 여성은 "잘 모르지만 더 늦춰진다고 하는데 속상하다. 법이 그렇다는데 어쩌냐"며 "자식들이 총회에 가보라고해서 오늘 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남성 조합원은 "피가 마른다. 조합에서 3개월 더 지연된다고 했지만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서울시로 쳐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라면서도 "어느 건설사가 됐든 한남3구역은 다른 곳보다 특별하게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장 분위기도 무거웠다.
 
정장을 차려입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취재진의 접근을 경계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건물 입구에서 자신을 조합원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비요원은 팔찌가 없으면 그 누구도 입장할 수 없다며 길을 막아섰다.
 
조합원들은 신상 확인 후 11개의 안건이 담긴 투표용지와 총회 관련 책자,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종이로 된 빨간색 팔찌 등을 받았다.
 
투표용지에는 ▲올해 수입예산안 승인 ▲운영비 및 사업비 예산 승인 ▲조합정관 변경 ▲조합 차입금 추인 및 원리금 상환 승인의 건 ▲계약이행보증금 사용 추인의 건 등의 상정 안건이 적혀 있었다. 특히 '조합정관 변경'은 시공사 선정을 과반에서 다득표로 바꾸는 내용으로 앞으로 시공사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선정 방식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국토교통부과 서울시의 입찰 무효 결정에 따라 조합은 시공사 선정 방식을 다시 결정해야 한다. 조합은 현재 입찰에 참여한 현대·대림·GS건설 3사를 배제하고 재입찰을 하거나, 입찰을 강행하거나, 위반사항이 답긴 입찰제안서를 수정하는 범주 안에서 결정을 해야한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26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점검 결과 건설사들의 제안내용 20여건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132조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수사의뢰, 시정조치 했다.
 
조합은 전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방식 문제를 두고,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재입찰과 입찰제안서 수정 방안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의 결과는 조합원들에게 공유되지 않았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 내부의 파열음도 생겨났다. 조합에 반대하는 의견을 낼 경우 조합원이 모여있는 온라인 카페에서 '강제퇴장(강퇴)'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총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집행부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라며 "재입찰하되 위험을 낮추고 가면 된다. 보증금은 보관하고 재입찰을 진행하면 된다. 건설 3사도 입찰자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건설사들도 추가로 참여하게 하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한남3구역 조합에 재입찰할 것을 재차 권고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토교통부와 함께 입찰중단, 재입찰 등을 명확히 권고했다"며 "기존 입찰안에 위법소지가 있는 만큼 깨끗이 문제를 털고 재입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최종 결정은 조합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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