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이 결론낸 '갑질논란' 금투협 회장 유임

기사등록 2019/10/30 15:54:50

유임 명분을 쌓기 위해 결정권한 없는 이사회 개최했다는 '비판'

회원사 총회 개최 의견도..노동계와의 관계 개선 및 떨어진 신뢰도 회복 등 험난 예고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폭언과 갑질 논란에 휩싸인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협회 이사진들의 만류에 따라 사퇴가 아닌 협회장직을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투협 이사회는 권 협회장이 그동안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산적했던 현안을 순탄하게 처리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며 회장직 사퇴를 만류했고 권 협회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폭언·갑질 논란으로 인해 금투협을 비롯해 권 협회장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것을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애초 협회장을 추대했던 이사회가 과연 `갑질논란'의 진위와 여파 등을 제대로 따질 위치에 있었는지에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늘 열린 이사회에서 저의 거취에 대한 가감없는 토론이 이어졌고 이사회는 앞으로도 금투업계가 가야하는 방향으로 열심히 하라는 권고와 함께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권 협회장은 "개인적인 사유만으로 거취를 결정하기에는 협회장에게 부여된 권한과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기를 마무리를 하는 것이 보다 책임감 있는 선택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숙고 끝에 남은 임기까지 협회장으로서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열린 긴급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 중 다수가 이번 폭언과 갑질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며 남은 임기 동안 협회장직 수행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 이사회는 당초 오랜 시간동안 개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회의는 약 1시간 가량 진행됐고 권 협회장을 비롯해 이사진 일부는 오전 10시께 금투협으로 돌아왔다.

앞서 일부 이사진들이 언론을 통해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협회장직 사퇴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피력해왔다는 점을 미뤄볼 때 이날 이사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이 다수 제기된 뒤 권 협회장이 이를 수긍하는 식으로 마무리됐을 공산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협회장직 유지 또는 사퇴에 대한 결정 권한이 없는 이사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명분을 쌓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사진 중 최방길 금투협 자율규제위원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서명석 유안타증권 대표,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 등은 앞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사퇴를 만류한 인사로 분류된다.  

또 이윤재 전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장, 장범식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천상현 법무법인 황해 대표변호사, 김영과 전 증권금융 사장 등으로 구성되는 공익이사도 퇴진을 강력히 요구할 이유가 없는 인사로 분류된다.

즉 이사 12명 중 대다수가 권 회장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사퇴를 요구할 명분과 이유가 없는 인사로 채워져 있는데다 이들이 사퇴를 요구한다고 해도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권 협회장의 사퇴는 애초부터 현실화되기 힘들었다.

권 협회장이 다수의 의견을 들은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면 회원사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갑질·폭언 논란이 협회장직 유지로 일단락 됐지만 노동계와의 관계 개선, 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도 회복 등은 향후 풀어야할 숙제로 분류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24일 "권 협회장이 즉시 사퇴하지 않을 경우 모든 법적 수단과 아울러 권 협회장 퇴진을 위한 금융노동자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그동안 금융투자협회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제대로 진상을 조사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와의 관계 개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권 협회장 퇴진 운동 전개 등으로 인해 잡음이 끊이지 않을 수 있고 추진하고 있는 과제들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이번 갑질·폭언 논란으로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권 협회장이 다시금 업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사로 꼽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권 협회장은 "지금 이 시간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자본시장과 금투산업 발전에 대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열과 성을 다할 것"이라며 "저를 포함한 협회 내부의 문제점을 개혁하는 노력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협회 내에서 지적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 시행하겠다"며 "운전기사를 포함한 임직원들의 근로시간 관리 등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늦은 시간에 일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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