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사시' 대응 논란…"美 해외 분쟁지역에 韓 파병 사실 아냐"(종합)

기사등록 2019/10/29 12:06:00

현재 한미 위기관리 대응 범위는 '한반도 유사시'

美, '한반도'→'한반도 및 미국'으로 확대 제안해

한국군, 美 개입 국제 분쟁지역 파병 우려도 나와

軍, 한미상호방위조약 벗어나는 임무수행 어려워

"중동이나 남중국해까지 파병? 과도한 확대 해석"

협의 과정서 난색 표했으나 美 추가 압박 가능성

전작권 전환 뒤 한반도 영향력 행사 발판 분석도

국방부 "전작권 관련 여러 사안 지속적 협의 중"

"美 해외 분쟁지역에 韓 파병 가능성 사실 아냐"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월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8.0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 과정에서 동맹 간 위기관리 대응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한반도 및 미국의 유사시'로 확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 실무자들은 지난주 국지도발, 테러 등 위기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사령부의 연합방위와 대응, 역할 등을 자세하게 규정한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 개정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문서 관리되고 있는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는 현재 한미동맹의 위기관리 대응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측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해당 각서에 기존 '한반도 유사시'라고 돼 있는 문구를 '한반도 및 미국의 유사시'로 확대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유사시'로 대응 범위가 확대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남중국해 등 미국이 개입하고 있는 국제적인 분쟁 지역에 한국군이 파병되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군 당국은 '미국의 유사시'라는 문구가 국제분쟁 지역의 한국군 파병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미 동맹의 근간이 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태평양 지역의 무력공격을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를 넘어서는 임무 수행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상위근거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 태평양으로 지역을 한정하고 있다"며 "이를 뛰어넘는 임무 수행을 우리 측이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동이나 남중국해까지 파병 문제로 확대시킨다는 해석은 과도하다"며 "전작권 전환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측은 협의 과정에서도 미국 측 요구에 난색을 표하며,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협의 초기 단계라 미국 측이 '미국 유사시' 문구를 추가 압박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 측 실무자들은 협의 후 대응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별도로 가지기도 했다.

다만 미국 측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정확한 의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린 포석이라는 해석과 함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5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 개회식에서 기념촬영 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19.09.05. bluesoda@newsis.com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들어 전통적인 동맹 개념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가는 대신 동맹에 기여하라는 의미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전작권을 한국이 가져가는 대신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안보에 대해 한국군의 '경제적인', '실질적인' 기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이 계속해서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군 소식통은 "전작권 전환 이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국지도발 등의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안전핀' 차원에서 제안을 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논의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고, 아직 초기 단계"라며 "한미 간에 다양한 제안이 있을 수 있고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유사시'까지 위기관리 대응 범위를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전작권 전환 후에도 공고한 한미동맹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전작권 준비와 관련된 여러 사안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전작권 전환 후에 미국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해외 분쟁지역에 우리 군을 보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대변인은 그러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임무와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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