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분상제 시행돼도 집값 안정 효과 제한적…공급 위축 우려"
정부, 감정원 자료 토대로 집값 변동률, 분양시장 상황, 정비사업 이슈 점검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이달 말 시행되는 가운데 이르면 내달로 전망되는 첫 적용 지역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동(洞)별 핀셋 지정을 예고한 만큼 서울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민간택지 상한제 대상인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성남 분당·하남,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투기과열지구 31곳은 상한제 시행을 위한 정량요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다.
이달 말 시행되는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중 직전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5대 1 이상인 곳, 직전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곳 중 하나의 요건이라도 충족한 곳은 상한제 적용 대상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적용 지역을 선정하기 위한 부동산 상황 점검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한국감정원 등으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아 집값 변동률, 분양시장 상황, 정비사업 이슈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관계부처 간 협의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달 초 첫 적용 지역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 한남동, 과천 등을 첫 적용 지역으로 점치고 있다.
강남권은 '강남'이라는 상징성과 집값 오름세, 재개발·재건축 이슈 등으로 사정권에 들어있다.
상한제 발표 이후 선분양으로 전환해 지난달 공급한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는 평균 115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가격이 20억여원까지 올랐으며 이 외에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반포우성,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등 정비사업도 진행 중이다.
동작구 사당동·동작동·흑석동 등도 최근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지난 8월 분양한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은 평균 20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89.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전용 51㎡를 제외하곤 전 주택형이 모두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2일 특별공급(특공)을 진행한 동작동 '이수 스위첸 포레힐즈'는 신혼부부 특공 7가구 모집에 1369명이 몰리며 신혼부부 특공으로는 현 정부 최고 수준인 19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남동은 최근 정비 사업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은 공사비만 2조원, 총사업비만 7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으로 현재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외에 분양 물량이 예정된 서대문구 홍은동·남가좌동,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과천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중 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상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강남권과 한남동이 첫 적용 지역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과 인근 지역, 마·용·성, 과천 등이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있다"며 "세종시와 하남시는 공공택지가 많은 지역이어서 지정이 되더라도 그야말로 '핀셋 지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핀셋 지정으로 인한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부 지역만 핀셋 지정을 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해당 지역이 안정화되면 곧바로 규제를 완화하고,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을 또 제재하는 방식으로 순발력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실제 시행되더라도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고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여전히 내놓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적용범위가 제한적인 핀셋 규제로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전문위원은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은 결국 재건축·재개발 약세를 의미한다. 개발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신축과 일반 아파트 등은 반사이익과 초저금리로 강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어 "핀셋 규제로 전방위 규제보다는 우려가 줄어들 수 있지만 공급 부족 문제는 여전히 불거질 수 있다"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영향으로 공급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공급이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상한제는 단기적인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카드로 사용할 경우 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jwsh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