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협노조 파업 1주일…학생들 "불편함 참겠다"

기사등록 2019/09/28 14:00:00

생협 노조, 23일부터 무기한 파업 돌입

불 꺼진 학생식당…매점선 라면·빵 불티

"불편하지만 응원…정당한 권리 아니냐"

【서울=뉴시스】정성원 수습기자 = 지난 27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느티나무카페가 운영이 중단돼 있다. 2019.09.27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서울대학교의 식당·카페 등을 책임지는 생활협동조합(생협) 노동자들의 파업이 28일로 일주일을 넘겼다. 전날 점심시간 무렵 방문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내 식당 곳곳에서는 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의 모습이 잇달아 목격됐다.

학생회관 식당에서 만난 인문대 재학생 김모(20)씨는 컵라면으로 서둘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씨는 "라면만 먹게 됐지만 괜찮다"면서 "하루빨리 좋은 방향으로 파업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협 노조에 따르면 학생회관, 기숙사, 자하연, 제2공학관, 동원관 등 5개 식당이 전면 파업 중이다. 이들 식당은 흡사 '개점휴업'과도 같은 상태다. 배식대 안에 불은 켜져 있지만 근무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식당에는 파업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는 문구가 곳곳에 붙었다.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답게 함께 살자'는 내용이다.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되면서 식당에 모이기 시작한 학생들은 편의점과 매점에서 라면과 빵, 삼각김밥 등을 사들고 식당에 앉았다. 학생들은 이같은 불편에도 생협 노조의 파업에 대체로 응원한다는 입장이다.

김모(25)씨는 중앙도서관 카페에서 직접 싸 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현미밥에 소고기 뭇국, 계란말이에 김치를 반찬으로 챙겼다. 김씨는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도시락을 싸 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정성원 수습기자 = 지난 27일 서울대 학생식당 내부 일부 구역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19.09.29
인문대 재학생 윤모(21)씨는 주로 이용하던 자하연 식당이 문을 닫아 멀리 있는 식당까지 움직여야 하지만 파업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윤씨는 "다들 힘들게 일하시는 것 알고 있다"며 "학생회관 같은 데서도 보면 바닥에 누워계시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대우가 나쁘면 파업을 해서라도 개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계약직 노동자들의 근무로 정상 운영 중인 농생대 식당에서 만난 박모(23)씨는 "정당하게 일하고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파업 선언문을 보니 최저임금 수준에 노동환경도 너무 안 좋더라"며 "얼마 전 청소노동자가 돌아가신 것도 그렇고 늘 해결해달라고 하지만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다.

손모(25)씨는 "처음에는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 다녀야 해서 좀 불편했다"며 "이제는 아니까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힘들어서 이러는 건데 밥은 매점에서 샌드위치 같은 걸 사먹고 집에서 먹고 오면 되지 않느냐"며 "다만 길어진다면 더 힘들어 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학생식당에 붙은 건의사항 게시판에는 학생의 이같은 의견이 적혀 있기도 했다. '다소의 불편함이 있지만 생협 노동자 여러분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서울=뉴시스】정성원 수습기자 = 지난 27일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 뒷편에 컵라면 그릇 등으로 가득한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다. 2019.09.27
한편 온라인 등 일부에서는 생협 노동자들의 파업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날 건의사항 게시판에도 일부 욕설과 함께 '정권의 개입이 있느냐' '지금 이 시기에 파업이 바람직하냐'는 글이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띠었다.

생협 노동자들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9일 일일파업, 20일 연장파업에 나섰다. 20일 오후 학교와의 교섭에 또 한 차례 실패하자 23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는 식당·카페 정규직 119명 중 병가 중인 3명, 육아휴직 중인 2명을 제외한 114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기본급 3% 인상, 명절휴가비 지급, 10년을 근무해도 임금 인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기형적 호봉체계 개선, 휴게시설 및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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