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與 역공 의식해 '조국 보이콧' 유보…당 지도부 '위축'

기사등록 2019/08/28 13:01:36

당 지도부, 조국TF 의원 중심으로 '청문회 불가론' 확산

상당수 의원 "청문회 합의해놓고 국민 약속 지켜야"

여권의 '보이콧 프레임'에 말려들면 한국당 역공 우려도

【용인=뉴시스】고승민 기자 = 27일 경기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2019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물을 마시고 있다. 2019.08.27.kkssmm99@newsis.com
【용인=뉴시스】박준호 김지은 기자 =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인사청문회 개최를 놓고 보이콧을 유력하게 검토하던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고심 끝에 결정을 유보했다.

당내 의원들의 반대가 상당한 만큼 당분간 당 안팎의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청문회 보이콧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당 지도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는 '위기는 조국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지도부'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당은 28일 연찬회 일정으로 예정되지 않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를 집중 논의했다.

이날 의총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를 예정대로 치르자는 의견과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을 청문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반대하는 의견, 두 갈래로 나뉘었다.

특히 보이콧 의견은 주로 법사위 의원들로 구성된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에 참여하는 의원들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청문회 일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9월2~3일 이틀 간 열기로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후보자측 가족을 포함한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다시 힘겨루기를 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용인=뉴시스】고승민 기자 = 27일 경기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2019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8.27.kkssmm99@newsis.com
이런 가운데 대부분 의원들은 야권에게는 호재나 다름없는 '조국 청문회'를 열지 않을 경우 오히려 대여(對與) 공세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청문회 보이콧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여전히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보이콧' 운을 뗐지만 청문회 일정까지 잡아놓고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신중론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특히 친박, 비박 등 계파나 선수에 상관없이 초·재선이나 중진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냈고 일부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청문회를 해야 된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투쟁은 투쟁대로 하고 청문회는 청문회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열어서 야단을 쳐야지, 지금 법이 뭐가 중요하느냐"며 "국민들 앞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남의 한 중진의원은 "(의총 전)원내대표단에서 하지 않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철회하라는 요청을 전제로 그걸 안 받아들이면 보이콧하자는건데 신중론에 밀렸다"며 "신중론 논리는 국민 약속도 있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용인=뉴시스】고승민 기자 = 27일 경기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2019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19.08.27.kkssmm99@newsis.com
영남의 모 중진의원도 "지금은 보이콧을 결정하지 말고, 보이콧을 하더라도 9월1일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한 중진 의원도 "일단 80% 이상은 청문회를 해야된다고 얘기했다"며 "여야간 합의를 봤고 대국민 약속이라 해야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실상은 대략 알지만 청문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이콧했다고 민주당이 프레임 걸면 나름의 변명이 합리적이기 쉽지 않다"며 "자칫하면 청문회 논란으로 이게 덮어질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청문회 자체를 무산시켜 조 후보 임명에 따른 부담을 최대한 문재인 정권이 떠안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없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의 한 초선 의원은 "어차피 청문회를 하면 다음이 임명 절차인데, 중대 범죄자가 법무부장관이 되면 개별 사건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며 "그런 여지를 주면 안 된다. 애초부터 청문회를 받지 말았어야 할 사람인데, 이제 압수수색에 출국금지까지 받은 마당에 보이콧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19.08.28. photo@newsis.com
다른 초선 의원도 "청문회 자체를 반대하거나 보이콧 해선 안 된다"면서도 "범죄 혐의자를 청문회 자리에 올리는 것 자체는 반대한다. 대통령이 지명 철회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청문회 보이콧에 힘을 실어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수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지도부 의견을 밀어붙이려 했지만 의원들 반발에 못이겨 결정을 유보했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후보자는 어제 압수수색 절차, 또 가족 등이 출국금지 받듯 실질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며 "역사상 피의자인 사람을 인사청문회에 올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 검찰 강제수사가 진행되는 사건의 피의자를 청문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다"며 "지금 지도부로서는 상당히 심각한 고민에 들어가 있고 이 청문절차가 계속 진행되는 것이 맞는지 여부에 대해서 의견을 더 모아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pjh@newsis.com, whynot8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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